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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북·러' 아닌 '러·북'으로 순서 바꿔 부른 이유는


입력 2023.09.22 00:00 수정 2023.09.22 08:35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러시아·북한' 순으로 지칭

대통령실 "北 어떤 짓 하든 맨 앞자리 부르는 것 안돼

자유 등 가치 대해 얼마나 韓과 협력하는지 1차 기준"

尹 연설 때 중·러 대표부는 경청, 北 대표부는 불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UN)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지난 13일 열린 러·북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가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 가능성을 내비친 것을 강하게 비판할 때 '북한과 러시아'가 아닌 '러시아와 북한'이라고 지칭한 것과 관련해 "민족 공조라 해서 북한이 어떤 짓을 하든 맨 앞자리에 불러줘야 한다는 것은 우리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미국 뉴욕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힌 뒤 "자유·민주·법치·인권의 가치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한국과 진정으로 협력하느냐가 (호칭 순서를 정하는) 1차적 기준"이라며 "그다음에는 주변 4강(미·일·중·러)의 동맹 역사, 우방국 순서에 따라 부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협력을 하면서 더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단락이었기 때문에 북한이 아마도 뒷자리에 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윤 대통령이 순서를 특정해서 의식적으로 말씀한 것 같지는 않고, 원고에 '러·북'이라고 써 있어서 순서에 대해 자연스럽게 여긴 것 같다"며 "러시아와 북한에 대해서 정부가 정해놓은 원칙은 없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통상적으로 정부 발표 등에서 사용되는 '북·러' 순서를 반대로 바꿔 발언한 것이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으로 양국 모두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지만, 러시아보다는 핵·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더 큰 직접적 위협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을 '한·일·중'으로 바꿔 부르고 있는 데 이어 '북·러'를 '러·북' 순서로 지칭하면서, 현 정부의 '가치 기반'의 외교적 기조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났을 때 "'러·북 관계'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중국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15분 분량의 연설에서 너무 많은 메시지를 발설할 수 없다"며 "중국에 편의를 봐주거나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어서 제외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라는 점을 밝히며 "중국과는 여러모로 안보 문제와 관계없이 필요한 소통과 신뢰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안보리 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선 "안보리 상임 이사국 5개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의 입장이 현저히 대립해 있고, 그 여파가 우리에게 직접 안보 위협으로 다가오고 글로벌 사회 전체를 괴롭히고 있어 안보리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이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할 때 중국 대표단 2명은 연설을 경청하며 노트북을 통해 메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러시아 대표부 3명도 연설을 청취했다. 북한 대표부는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었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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