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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30년…어민 보호·수산물 대책, 긴 안목 가져야 [尹정부 민생현안]


입력 2023.11.13 07:00 수정 2023.11.13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3차 방류 진행

1·2차 총 1만5600t 배출…오염 피해 無

배출관 누수 등 위험 가능성도 드러나

30년 장기 과제… 맞춤형 대응책 필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1차 방류를 시작한 지난 8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한 시민이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가 적힌 깃발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3차 방류를 시작했다. 우려와 달리 지난 8월 24일 첫 방류 이후 지금까지 우리 영해나 수산물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는 듯하다. 수산물도 정부의 소비 독려 등으로 지금까지 별다른 피해 없이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다.


다만 현재 상황만으로 오염수 관련 우려를 모두 씻어냈다고 할 수는 없다. 앞으로 30년 이상 장기간 계속 방류해야 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지속적인 감시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3차 방류 기간 내부 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차수벽이 새거나 지하수가 유입되는 등의 일부 문제점을 드러낸 만큼 더욱 체계적인 감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려와 달리 방사능 영향 없어…처리 과정에선 ‘사고’도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 중인 도쿄전력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다핵종제거설비(ALPS) 배관 청소 도중 호스가 빠지면서 오염수가 분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배관을 청소하던 도쿄전력 협력업체 작업원 5명이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액체를 뒤집어썼다. 방수복을 착용하지 않은 남성 작업자 2명은 해당 액체가 몸에 직접 닿아 병원 입원 치료를 받았다.


도쿄전력은 사고 당일 분출된 액체량을 ‘100㎖ 정도’로 발표했다. 하지만 닷새 후 수십 배인 ‘수 ℓ 정도’로 정정했다. 이에 원전 규제 기관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도쿄전력에 “운전 관리가 부주의했다”고 지적하며 상세한 사고 경위와 작업자 피폭량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오염수 분출은 사고 자체의 심각성보다 도쿄전력 측의 ‘거짓 보고’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어떤 사안보다 정확하고 투명한 공개가 필요한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의도적인 축소·은폐 가능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염수 일부가 ALPS를 거치지 않고 방류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마츠쿠보 하지메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CNIC) 사무국장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대응 공개강연’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알프스로 처리한 오염수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방사성 물질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24일 도쿄전력 직원들이 오염수 1차 방류를 앞두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그는 도쿄전력이 공개한 원전 주변 지하수와 제1원전 전용 항구 바닷물 방사성 물질을 측정한 수치를 분석한 결과 “세슘-137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전용 항만에서만 알프스 처리수의 2000배 이상 나온다”고 강조했다.


실제 2차 방류 기간에는 바닷물 삼중수소(트리튬) 농도가 검출 하한치를 웃도는 경우를 확인했다. ℓ당 16Bq이 검출됐는데, 1차 방류 때는 발생하지 않았던 현상이다. 당시 도쿄전력은 “해류 변화에 따른 굄 현상으로 삼중수소가 검출되기 쉬워졌다”고 해명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해류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 해역의 삼중수소 농도는 정상적인 변동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으나, 오염수 방류가 향후 30년이란 장기간에 걸쳐 진행한다는 점에서 하한치를 웃도는 방사성 물질 검출은 분명한 방지책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살얼음판’ 상황…어업 피해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국내 해역과 수산물 피해 예방도 좀 더 장기적 안목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 번의 사고로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부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특히 수산물과 어업 관련 피해는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부 수산물 소비 독려와 각종 할인 행사 등으로 수산업계가 큰 피해는 면한 것으로 분석되나 오염수 방류는 마라톤 경기에서 막 출발 신호를 울린 수준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기나긴 레이스를 문제없이 소화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철저한 방비책이 필요하다.


‘오염수 특별법’도 보다 많은 논의를 요구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현행법으로도 특별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특별법 제정에 반대 입장이다. 자칫 우리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이 부족하다는 이미지를 심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반대로 어민 단체 등에서는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준비돼야 한다며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 특별법 형태가 아니더라도 수산물 소비 감소 등 상황 악화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은 필요해 보인다.


방사능 검사 기관이 예산과 인력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영해 200곳에서 진행 중인 해수 오염 조사나 매일 반복하는 수산물 방사능 검사 등의 방식을 30년 동안 지속할 수는 없다. 사실상 이미 인력과 예산, 장비 모두 포화 상태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방사능 검사 방법과 시점, 횟수, 인력 투입, 장비 등 정책 전반에 걸쳐 중장기 대응책 마련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한 해양 연구기관 관계자는 “지금처럼 인력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30년을 계속 이어간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인력과 예산, 장비 등을 최대한 효율화해서 오랫동안 꾸준히 무리 없이, 그러면서도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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