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까지 "잘못된 것 바로잡고 사과해야"
하위 10% 속한 비명 박용진·김한정 재심 기각에
공천 잡음 속 친명 안규백·장경태·박찬대 등 공천
사퇴 요구엔 "그런식이면 1년 365일 대표 바뀔 것"
이른바 '비명횡사'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공천 파동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빠져들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사천에 제동을 걸고, 야권 원로들까지 '이재명 대표 책임론'에 재차 힘을 보태면서 민주당 내홍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이재명 대표는 당내 우려와 반발이 지속되는 것에 아랑곳 않고 '공정한 시스템'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작 비명계 학살이 현실화되고 시스템 공천에 대한 불신은 최고조에 다다라, 결국 이번 공천 작업의 실제 목적은 자신의 친위부대를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사당화' 작업이란 논란을 쉽게 불식시키지 못할 전망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2일 '현역 의원 하위 20%' '현역 의원을 배제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등을 두고 "이대로는 안 된다. 국민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우려를 표출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께 실망을 드리고 있어서 대단히 송구하다"며 "누구나 잘못할 수 있지만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역량 있는 정당의 태도"라고 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구축해온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제대로 실천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잃었던 신망을 다시 되찾고 신뢰를 드려야 한다"며 "그리고 윤석열 정권 심판에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에는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전직 국회의장들이 나서서 '시스템 공천 파괴'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냈다. 이어 이날엔 권노갑 상임고문,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 이강철 노무현정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강창일 전 의원 등 야권 원로들이 다시 한번 팔을 걷어붙이고 최근의 당 상황을 "개탄스럽다"고까지 수식했다.
이들은 "지난 15일에 이어 우리의 입장을 개진한다"며 "민주적 절차와 전혀 동떨어진 당대표 사적 목적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른바 '친명' '찐명' 후보들을 공천하기 위한 행위로밖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날 의원총회에서 이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홍익표 원내대표 등이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오죽하면 당 선관위원장이 사퇴했겠느냐"라며 "지금껏 벌어진 행태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국민께 사과해야하고, 이재명 대표는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날도 '공천 학살' 현실화를 둘러싼 개별 의원들의 반발과 유감 표명이 이어졌다. 현역 의원 하위 10%에 포함됐던 박용진 의원의 재심도 기각돼 사실상 컷오프에 준하는 30%의 경선 득표율 감산을 받게 됐다. 박 의원은 이 대표와 대선 경선과 당대표 경선에서 맞붙었던 당권주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함께 하위 10%에 포함됐던 김한정 의원의 재심 신청도 기각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비서로 정치를 시작한 '정통파 민주당' 출신 김 의원은 "평가 결과에 대해서는 일절 알려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명백한 하자가 없다는 것을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발표된 추가 공천 심사 결과에서는 박찬대·장경태 최고위원 등 다수의 친명 핵심인사들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당 곳곳의 반발과 제동 작업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의 마이웨이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읽힌다.
또 이재명 체제의 전략공천위원장인 안규백 의원,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의원 모임인 '7인회' 출신 문진석 의원,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 출신이지만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친명계로 표변(豹變)한 박범계 의원도 단수공천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단수공천된 남영희 전 인천 동미추홀을 지역위원장과 황명선 전 논산시장도 원외 친명 인사다.
이날 이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사천 논란'에 대해선 거듭 선을 긋기도 했다.
'정체불명 여론조사를 비선 조직이 돌렸다는 지적이 사실인지'란 질문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하위 20% 대상자들의 반발이 많다' 등 이어지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이어진 기자들과 만남에서도 "언제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선출될 수 있도록 충분히 경선 기회를 부여하고 있고, 억울한 경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기회의 문을 넓히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이미 1년 전에 확정해놓은 특별당규에 따라 '시스템 공천'을 충실하게 공정하게 투명하게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국민들께서는 지금은 혼란스러워 보일지라도 결과를 잘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또 일각에서 당대표 사퇴 요구까지 분출되고 있는 데 대해선 "툭하면 사퇴하란 소리 하는 분들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365일 대표가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