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 출마 선언 기자회견 1시간 전부터 지지자 운집
박성중·최원식 등 '험지 출마 동지'도 현장 응원
"다른 정치·약속 지키는 정치 해나가겠다" 강조
"계양은 제 마지막 지역구…거짓말 정치 심판"
4·10 총선이 18일 앞으로 다가온 23일 오후, 인천 계양구 임학사거리가 "정직한 정치를 계양에 심겠다"라는 호소로 가득 채워졌다. 원희룡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후보는 이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이 지역 현역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각종 거짓말 논란, 민주당이 25년간 말로만 약속하고 별다른 성과를 이룬 게 없다는 지역내 비판들을 부각했다. "다른 정치, 정직한 정치,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해나가겠다"고 힘줘 말하는 원 후보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결기에 차 있었다.
원희룡 후보의 인천 계양을 출마 선언 기자회견은 이날 오후 2시에 선거사무소 앞 사거리에 열렸지만, 지지자들은 기자회견 시작 1시간 전부터 몰려들었다. '국민의힘의 험지 출마 동지'인 최원식 인천 계양갑 후보, 박성중 경기 부천을 후보는 물론 윤형선 계양을 전 당협위원장 등 약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해 원 후보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따뜻한 날씨에 빨간색 목도리 대신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무대에 오른 원 후보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지금 이 자리는 기자회견이라는 모양새로 돼있기 때문에 연호하고 이런 건 선거운동기간이 되면 그때 원 없이 하기로 하고, 오늘은 꽉꽉 눌러서 가슴속에 깊이 저장해 뒀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폭발시키자"고 부탁했다.
원 후보는 21살의 나이로 인천 부평공단 금속공장에 취업했던 1985년 당시를 회상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제주도라는 농촌에서 온 동네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대학입학 전국수석이라는 타이틀을 받으면서 대학에 들어왔다"며 "민주화, 그리고 열심히 땀 흘려 사는 사람들의 보다 나은 환경을 위해서 젊음을 바쳐야겠다고 생각했고 여러 학생운동 끝에 인천의 한 공장으로 위장취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청년이 바로 40년이 지나서 여러분 앞에 지금 이렇게 서 있다"며 "저의 한 몸의 이익보다는 우리나라 전체, 우리 사회의 다른 이웃들을 위하여 조금이라도 마음을 쓰고 노력하는 것이 더 보람찬 삶이라는 신념은 40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똑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천 계양에 출마를 결심하고 선언했던 올해 초부터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가'. 한마디로 이렇게 저 자신에게 답을 내리고 있다. '나는 이곳 계양에 정직한 정치를 심으러 왔다'"라고 밝혔다.
원 후보는 이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다들 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살기 어려운 것에 가장 큰 책임은 현 정부에 있는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계양의 경우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이유가 많다. (민주당은) 자그마치 25년이나 방치해 놓고 왜 2년밖에 안된 정부 탓을 하느냐"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지역의 교통·주거·교육·문화·환경에 대한 불편은 25년 동안 이 지역 국회의원들을 해먹었던 그 당과 국회의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거짓말하고 남 탓만 하는, 잘못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3년이나 남은 정권을 자기들의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탄핵하겠다는 정치를 우리가 퇴장시키고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계양에서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원 후보 지지자들은 그의 발언 중간중간 "맞습니다" "바꿉시다" 등의 호응을 덧붙였다. 원 후보는 "계양은 저의 마지막 지역구가 될 것이고, 마지막 제2의 고향이 될 것"이라며 "생과 사를 계양주민에게 던질테니 함께 정직한 정치가 꽃 피고 살아나는 것을 만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이번 총선에서) 당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정직한 정치, 거짓말 정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고 '위하는 정치, 말로만 속이는 정치'를 선택하는 것이고 '늘 주민과 함께 하는 정치, 선거 때문에 주민들을 이용하는 정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오다보니 현수막에 '이·채·양·명·주 아웃'이라고 쓰여 있던데 왜 제 눈에는 '이재명 아웃'이라고 보이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반성할 것은 정부가 반성하겠다"라며 "야당도 거짓말정치, 일 안 하는 말로만 정치, 주민들을 무시하는 정치를 여러분이 엄숙히 심판해달라. 여러분들의 애국심을 믿고 여러분들의 계양사랑을 믿고 여러분들의 정직한 정치에 대한 믿음을 믿는다"라고 말했다.
원 후보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진심'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총선 상황을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라고 언급한 데 대해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이 부족해하는 것에 대해 겸허하고 잘 해내겠다는 진심을 어떻게 전달할 것이냐, 그런 것이 남은 선거에서 선택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발표된 계양을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한 질문엔 "여론조사는 전화로 하지만 저와 지지자들은 발로 주민들을 만나서 가슴 뚜껑을 열고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며 "하루하루가 다르게 쌓여서 올라가고 있다"고 답했다.
원 후보는 전날 한 주민과의 대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원 후보는 "(주민이) '원희룡 당신은 그놈이 그놈 아니지. 그 당이 그 당이라서 뽑아놓으면 다 도둑X들이라서 그동안 혼내줄라고 투표를 안 했다. 내가 찍으면 이길 수 있느냐'라고 해서 제가 '저는 그놈과 다르다. 그리고 찍으면 이긴다'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를 들은 지지자들은 "계양구를 뒤집어엎자" "이재명 아웃"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지지자들의 연호 속에 원 후보는 이천수 후원회장, 윤형선 전 당협위원장, 아내 강윤형씨, 최원식 계양갑 후보 등과 무대에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한 뒤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