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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계엄령] 불확실성 커진 韓 증시…긴장감 속 후폭풍 ‘촉각’


입력 2024.12.05 07:00 수정 2024.12.05 08:01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과거 유사 사례 없어…비교 데이터 부재에 예측 어려워

신뢰도 하락에 외인 이탈 가능성…단기 변동성 불가피

시장 충격 제한 전망도…빠른 해제·당국 대응 등 영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로 국내 자본시장이 들썩인 가운데 국내 증시의 향방을 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계엄령 사태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에서의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여파로 한국 정부에 대한 대외적인 신뢰도가 하락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계엄령 사태는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마지막으로 비상계엄령이 내려진 것은 지난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 때로 당시 비상계엄은 1981년 1월 24일까지 유지됐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980년 1월 1일 산출되기 시작했는데 이때는 이미 비상계엄 상황 하에 있었던 터라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로 과거에 유사한 사례 데이터가 없는 만큼 향후 증시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사태가 국가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쳐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돼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외인들은 지난 8월 말부터 14주 동안 매도 행렬을 이어왔는데 이러한 자금 이탈이 보다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태 직후인 4일 코스피 지수는 개장 직후 약세를 지속한 끝에 1%대 약세(-1.44%)를 보이며 2460선(2464.00)으로 내려 앉았다. 이날 외국인은 408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유도했다. 하루 전(3일)에 5645억원을 순매수하며 7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하루만에 다시 변심한 셈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리스크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계엄령 사태로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신인도 하락이 경기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도 한국의 계엄령 선포에 주목했다”며 “한국은 중간재 수출이 많아 경기 둔화가 확대될 수 있고 글로벌 경기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이라고 진단했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계엄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다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의 안정화 조치에 따라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부터 금융상황 점검에 나서며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잇따른 회의 끝에 금융 및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4일 새벽 계엄 해제안 의결까지 약 6시간 만에 계엄령 사태가 종료된 점을 감안하면 단순 해프닝성 이벤트로 증시 변동성 확대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령 선포가 예산 축소 등 긴축 재정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이슈로 작용 가능성이 있으며 여야간 대화가 빠르게 진행돼 재정정책의 긴축 기조가 완화될 수 있다”며 “비상 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의회가 소집되고 계엄령 해제가 순식간에 진행됐기에 한국 정치 시스템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계엄 해제안이 의결되면서 (4일 새벽) 환율·야간 선물 시장 등 낙폭이 축소된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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