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 vs 151명…여야, 탄핵 의결정족수 전쟁 전망
한 대행 일단 '직무정지' 받아들이고, 헌재 판단 맡길 듯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가 합의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비롯해 쌍특검법 등은 모두 여야가 극한 대립하고 있는 정쟁 사안으로, 정치권의 문제는 정치권에서 해결해달라는 호소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이 당장 한 대행 탄핵소추안 가결을 예고한 가운데, 여야는 탄핵 의결정족수를 두고 '200명 vs 151명'으로 혈투를 벌일 전망이다. 한 대행은 의결정족수를 문제 삼아 '버티기'보다는 일단 '직무정지'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시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
한덕수 대행은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담화를 열고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한 대행은 "내가 무엇보다 무겁게 느끼는 의문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의 정치적 합의 없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우리 헌정 질서에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한 대행과 국무총리실이 한 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의 판단기준으로 언급해 온 '헌법' '법률' '국가의 미래' 또한 강조햇다. 한 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나라가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전념하되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만약 불가피하게 이런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관례"라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여야 정치권이 한 대행에게 '거부권' '임명권' 등 정쟁 사안을 미뤄왔던 점에 대해서도 힘겨움을 토로했다. 한 대행은 "헌법재판관 충원에 대해 여야는 불과 한 달 전까지 지금과 다른 입장을 취했고 이 순간에도 정반대로 대립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여야 합의 없이 헌법기관 임명이라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행사하라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념 대립으로 많은 비극을 겪은 우리나라지만, 그래도 언제나 우리 곁에는 진영의 유불리를 넘어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로 풀어주시는 큰 어른들이 계셨다"며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여야 정치인들이 반드시 그런 리더십을 보여주실 것이고, 또한 보여주셔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호소했다.
우원식은 '151명' 기준으로 가결 관측…與는 인정 안할 듯
민주당은 한 대행의 '대국민담화' 발표를 사실상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 27일 곧바로 탄핵 표결에 들어간다. 그러나 민주당은 탄핵안 가결 기준을 151명, 국민의힘은 200명으로 보고 있다. 권한쟁의심판 등 법적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탄핵 의결정족수에 이견을 보이는 것은, 국무총리 탄핵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151명) 이상, 대통령 탄핵안은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하는 것이라고,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선포권이 있는 민주당 소속 우원식 국회의장은 '151명'에 기준을 두고 '가결'을 선포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은 만약 200명에 미달하는 가결표로 한 대행 탄핵안이 가결돼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일단 국회 결정을 따르고 추후 헌법재판소 등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소추의결서 등본을 총리실에 송부하면, 한 대행은 그 즉시 권한대행 직무정지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정치권 일각에서 우려하던 '탄핵 남발'로 인한 '무정부 상태'가 성큼 다가오는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