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 '감염 취약지' 선제적 파악 나서
'깜깜이 감염'에 대한 우려도 여전해
전문가들 "질병과의 싸움은 여유 있게 대비해야"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곳에서 확산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5일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체제 도입 이후 수도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확산 우려로 일부 지자체가 집합금지명령까지 내린 만큼, 생활방역 도입 취지인 '경제활동과 방역의 사이의 조화'를 위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평가다.
방역 당국이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0시부터 2주간 발생한 환자 10명 중 7명(70.7%)이 수도권 지역사회 감염 사례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환자 526명 중 372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도권 집단감염이 발생한 장소를 차례로 살펴보면 △클럽 △학원 △돌잔치 △물류센터 △콜센터 △탁구장 등 밀폐된 공간에서 밀집된 사람들이 밀접 접촉하는 '감염 취약지대'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방역 당국은 밀폐·밀집·밀접이라는 '3밀' 개념을 거듭 강조하며 선제적 고위험 시설 파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사전에 고위험시설을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며 "현재 전 부처적으로 간과되고 있는 위험시설에 대해 의견을 받고 있다. 미처 파악 못한 감염 취약시설·취약집단이 있을지에 대해 스크리닝 중"이라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검토를 거쳐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장소는 고위험시설로 지정해 강제적인 수칙 준수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수칙 강제화보다 지속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장소는 합동점검 대상에 포함해 주기·불시 점검에 나설 전망이다.
'깜깜이 감염' 관련 인명피해 없도록
신속한 감염원 추적 필요해
인력 부족으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깜깜이 감염'에 대한 대책 수립도 시급한 상황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수도권 환자 중 감염경로가 불분명 환자는 38명이다. 이는 최소 38명의 환자가 지금 이 시간에도 지역사회를 제약 없이 활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제약 없이 지역사회를 활보하는 환자는 38명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방역 당국이 지난 4일 공개한 코로나19 수도권 재생산지수가 '1.9'에 달하기 때문이다. 재생산지수란 코로나19 환자 한 명이 추가로 전파를 일으키는 인원수를 나타낸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감염경로 불분명 환자(38명)와 수도권 재생산지수(1.9)를 모두 고려하면 지난 2주간 최소 72명의 환자가 지역사회를 제약 없이 활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깜깜이 환자가 늘어날수록 지역사회 추가 전파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보다 신속한 감염원 파악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앞서 "보건 당국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깜깜이 감염"이라며 "깜깜이 감염이 위험한 것은 (감염) 취약계층인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에 전파되기 때문이다.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치료센터 오픈에 속도 내야"
지자체간 방역 정책 '엇박자' 지적도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을 감안한 방역 정책 수립을 강조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 특성을 감안하면 언제든 환자가 급증할 수 있는 만큼, 의료시스템 유지 등을 위한 대비책들을 하루빨리 준비해야 한다는 평가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수도권 환자 발생이 증가하면서 수도권 의료기관의 코로나 병상이 빠르게 포화되어가고 있다"며 "언제 어떤 규모로 다가올지 모르는 질병과의 싸움에서 의료자원은 여유 있게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생활치료센터 오픈에 속도가 필요하다"며 "의료기관을 좀 비우고 (추가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 (병원에서) 머물고 있는 경증·무증상 환자를 생활치료센터로 옮겨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생활치료센터는 경증 환자들의 별도 격리시설로 '대구 대유행' 당시 의료시스템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도권이 사실상 같은 생활권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지자체간 방역 정책 '엇박자'가 있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서울·경기·인천 중 경기도만 장례식장·결혼식장에 대해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며 "경기도에서 못하면 서울이나 인천으로 가지 않겠나. 경기도의 집합금지명령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수도권 지자체장이 협의해서 동일한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