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무게감 갖춘 이낙연 대세론 견고
동시에 "김부겸 큰 표차 낙선은 안돼"
모두 살릴 방안으로 '아슬한 승리' 거론
더불어민주당 다수의 의원들은 최근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출마하는 8월 전당대회 판세와 관련해 '55(이낙연) 대 45(김부겸)'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의원의 '대세론'을 부인하는 의원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호남을 중심으로 친문·PK(부산·울산·경남), 충청과 일부 손학규계까지 포섭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미향 의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유용 의혹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뒤 연일 터지는 악재를 안정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정치적 경륜과 무게감이 있는 이 의원이 당대표를 맡아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동시에 21대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민주당 험지인 대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 전 의원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까지 크게 패해 정치적 생명이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도 민주당 의원들의 생각이다.
여기에는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들이 불미스러운 일들에 휩싸여 줄줄이 낙마하는 상황에서 더이상의 출혈은 없어야 한다는 공감대도 깔려있다.
민주당 다수의 의원들은 "이낙연 의원이 당선되더라도 원사이드(일방적)하게 이겨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의원은 "이 의원의 압도적 승리는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문재인 대통령 모두에게 좋지 않다"며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55 대 45의 비율로 이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 의원이 당권경쟁까지 압도적으로 승리하면, 이 의원은 여야 모두의 타깃이 돼 혹독한 검증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의원은 정치적 치명타를 입게 되고, 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레임덕이 빨라질 수 있다.
두 당권주자가 영·호남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55 대 45를 말하는 의원도 있다. 이 의원이 압도적으로 이길 경우 민주당의 '호남 쏠림'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영호남의 지역대결로 흘러가선 안 된다"며 "당원들이 적절한 균형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되고 내년 3월께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 김 전 의원이 차기 당대표로 '추대'되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선 정국에서 '이낙연 호남 대통령, 김부겸 영남 당대표'를 내세우면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을 향한 '동정 여론'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의원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예상하기도 한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한 달 가량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내주 일제히 지방 일정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20일 당대표 후보로 등록한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든 봉하마을을 방문하고 호남 및 경남 등 지역 민심을 훑을 예정이다.
18일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김 전 의원은 19일 경북도청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