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는 EV6가 크지만 실내공간은 아이오닉 5 우위
주행거리는 롱 레인지 모델 기준 EV6 우위
라인업 구성은 GT, GT라인 모델 갖춘 EV6 우위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가 글로벌 첫 공개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사전예약에 돌입하면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와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EV6와 아이오닉 5는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차’지만 서로 다른 매력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EV6 디지털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행사에서 EV6의 올해 판매목표를 글로벌 3만대, 국내 1만3000대로 제시했다.
이는 EV6가 올해 7월 이후 스탠다드 모델과 롱 레인지 모델에 한해 한국을 시작으로 유럽 등지에 순차적으로 출시되는 관계로 생산 물량이나 판매 기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물량이다.
GT 라인과 GT까지 풀 라인업이 갖춰지고 연초부터 판매가 가능한 내년부터는 국내 3만대, 유럽 4만대, 미국 2만대, 기타 1만대 등 전세계 시장에서 1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현대차 아이오닉 5의 올해 판매목표인 국내 2만6500대 등 총 7만대를 앞서는 물량이다. 당장 EV6의 올해 국내 판매목표만 감안해도 두 차종을 합하면 정부의 전기 승용차 보급 목표인 7만5000대 중 4만대를 싹쓸이하게 된다.
환경부의 보급 목표는 보조금 지급 대수를 의미하며,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인 6000만원 미만 가격의 전기차 시장 규모가 사실상 7만5000대 규모로 형성되는 셈이다.
지난달 25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아이오닉 5의 경우 첫 날 연간 목표에 육박하는 2만3760대의 예약이 몰렸고 이후 일주일간 3만5000대를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EV6도 비슷한 반응을 얻는다면 국내 전기차 시장은 사실상 두 차종이 양분하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V6와 아이오닉 5는 공통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장착한 기아와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모델이다.
플랫폼을 공유한다고 하지만 차의 성향은 크게 다를 수 있다. 차의 특성에 맞게 길이를 늘이거나 줄일 수도 있고, 성능을 좌우하는 배터리 탑재량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EV6와 아이오닉 5에 대한 호불호도 갈릴 수 있다. 디자인부터 내부 구조, 성능, 트림 구성까지 두 차종은 의외로 큰 차이를 보인다.
◆디자인 : 날렵한 디자인의 EV6, 미래지향적 아이오닉 5
EV6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에서 영감을 얻은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반영한 최초의 전용 전기차다.
상호 대비적인 개념을 결합해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한다는 의미의 ‘오퍼짓 유나이티드’의 철학에 걸맞게 EV6는 SUV 스타일의 5도어 차량이면서도 전고가 낮고 날렵한 스포츠 쿠페의 특성을 지녔다.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 시절에는 좀 더 SUV의 냄새가 강하게 풍겼지만 양산 모델로 넘어오면서 고성능 GT 모델의 존재를 감안해 후드의 볼륨을 줄이고 전고를 낮추는 등 날렵한 디자인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 측면에서 굳이 전기차임을 드러내지 않는 이질감 없는 외양도 EV6의 특징이다. 디자인적으로 어색할 수 있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도 굳이 채택하지 않았다. 이 상태로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을 달아놓아도 외형적으로는 무리가 없을 듯한 디자인이다.
반면, 아이오닉 5는 전기차 냄새가 풀풀 풍기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갖췄다. 현재의 모습을 미리 반영한 콘셉트카 ‘45’ 시절부터 전기차에 특화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간결하면서도 과감한 직선형 디자인(심지어 헤드램프도 네모다)에 앞뒤 바퀴를 차체 양 끝에 붙여놓고 휠베이스(축거)를 최대화한 구조는 SF 영화에서나 봄직한 미래차의 구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차이는 전기차 소비자들 중에서도 취향이 극명하게 갈리는 두 종류의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전기차 오너임에 자부심을 갖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얼리어답터 성향의 소비자에게는 아이오닉 5가 적합할 수 있다. 반면, 전기차를 타고는 싶지만 기존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과의 이질감은 불편해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EV6가 최적의 선택이다.
◆실내공간 : E-GMP 장점 최대화한 아이오닉 5, 디자인과 타협한 EV6
실내 공간에서는 아이오닉 5가 좀 더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외형적으로는 EV6가 더 크지만 아이오닉 5는 배터리가 바닥에 깔린 E-GMP의 장점을 최대화한 반면, EV6는 디자인적 측면을 고려해 실내공간을 일부 타협했다.
EV6는 중형 SUV에 필적하는 전장 4680mm, 전폭 1880mm의 당당한 체구를 갖췄다. 내년 출시되는 고성능 모델 GT와 GT 라인의 경우 전장이 4695mm로 더 길고 전폭도 1890mm로 더 넓다.
아이오닉 5는 이보다 좀 작다. 전폭은 1890mm로 EV6와 비슷하지만, 전장은 4635mm로 좀 더 짧다.
그럼에도 실내 공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축거(휠베이스)는 아이오닉 5가 3000mm로 EV6(2900mm)보다 더 길다.
디자인적으로 긴 후드로 인해 전륜 오버행이 늘어난 EV6와 달리 아이오닉 5는 앞뒤 바퀴를 차체 양 끝에 붙인 듯한, 실내 공간을 최대화한 디자인을 갖춘 데 따른 차이다.
또, 아이오닉 5는 CUV이면서도 1605mm의 높은 전고를 갖춘 반면, EV6는 SUV와 비슷한 형태이면서도 전고가 상대적으로 낮은 1550mm다. 실내공간 측면에서 아이오닉 5가 유리한 제원을 갖췄다.
실내 구성도 아이오닉 5가 좀 더 다용도에 적합하게 설계됐다. 운전석과 보조석을 가로막는 구조물이 전무하다. 센터콘솔은 뒤로 밀어버릴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평평한 바닥에 좌석 등을 배치해 놓고 필요에 따라 구조물 배치를 바꿀 수 있는 미래차의 모습을 구현했다.
EV6 역시 E-GMP 플랫폼 기반의 차 답게 평평한 바닥을 갖췄지만 좀 더 기존 내연기관 차의 구조와 이질감이 적은 모습이다. 중앙에 떠 있는 듯한 센터콘솔과 하단 드레이로 운전석과 보조석도 구분돼 있다.
◆1회 충전 주행거리 : 롱 레인지는 EV6, 스탠다드는 아이오닉 5 우위
전기차의 상품성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1회 충전 주행거리에서는 주행거리 강화 버전인 롱 레인지 모델에서는 EV6가, 기본 모델인 스탠다드 모델에서는 아이오닉 5가 우위를 점한다.
이날 행사에서 기아는 EV6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롱 레인지 2WD(2륜구동) 모델 기준 510km 이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유럽 인증 기준인 WLTP 방식으로 자체 측정한 값이다.
송호성 사장은 유럽보다 까다로운 국내 인증 기준으로 측정할 경우 롱 레인지 모델이 450km 가량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오닉 5의 경우 스탠더드와 롱 레인지 4WD 모델의 국내 인증은 받지 못했으나 롱레인지 2WD 모델의 경우 429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인증 받은 상태다.
외형적으로 EV6의 무게가 더 나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배터리 용량에서 차이를 보이며 실제 성능은 역전됐다. EV6 롱레인지 모델에는 77.4kWh 배터리가 탑재되는 반면, 아이오닉 5 롱레인지 모델에는 72.6kWh 배터리가 장착된다.
반면, 두 차종 모두 스탠다드 모델에는 58.0kWh 배터리가 적용된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EV6가 스탠더드 모델에서는 아이오닉 5에 비해 소폭 떨어지는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라인업 구성 : 고성능 GT, GT라인 갖춘 EV6 우위
선택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단연 EV6가 우위다. 송호성 사장도 EV6의 아이오닉 5 대비 가장 큰 강점으로 이 점을 꼽았다.
아이오닉 5는 기본형 스탠다드 모델과 주행거리 강화형 롱 레인지 모델만 판매하지만, EV6는 올 하반기 스탠다드 및 롱 레인지 모델 출시에 이어 내년부터는 고성능 버전인 GT 모델과 GT 라인까지 추가한다.
EV6 GT는 430kW급 듀얼모터를 적용해 최고출력 584마력(ps)과 최대토크 740Nm(75.5kgf·m)의 동력성능을 낸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100km/h 가속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5초에 불과하고 최고속도는 260km/h로 제한된다. 이는 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EV6 GT 모델에는 급격한 가속과 코너링 등 극한의 주행상황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즐길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기반의 전자식 차동 제한 기능(e-LSD) ▲전자 제어 서스펜션(ECS) ▲21인치 퍼포먼스 휠&타이어 ▲대용량 디스크 브레이크 등이 추가로 탑재돼 운전의 즐거움을 한껏 끌어올려준다.
기아는 이날 온라인 프리뷰 영상을 통해 EV6 GT 모델이 포르쉐 911, 페라리 캘리포니아T, 람보르기니 우르스, 벤츠 AMG GT, 맥라렌 570S 등 세계적인 수퍼카들과 400m 드래그 레이스를 벌이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온라인 프리뷰 영상에서 EV6 GT는 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를 뿜어내는 전기차 고유의 장점을 앞세워 초반 쟁쟁한 수퍼카들을 제치고 제일 앞서나갔으며, 1위를 유지하다 막판 맥라렌 570S에 추월당했다.
EV6 GT 모델은 디자인도 스탠다드나 롱 레인지와 차별화된다. 정면부 범퍼 하단 공기 흡입구 부분을 보다 역동적으로 형상화해 최첨단 느낌을 주면서도 한층 날렵한 인상을 더했다.
또한 GT 모델 전용 21인치 퍼포먼스 휠과 초고성능(UHP) 타이어인 미쉘린 파일럿 스포츠 4S도 장착되며, 실내에는 고성능을 상징하는 D컷 스티어링 휠과 스포츠 버킷시트도 탑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