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이끌 야당 대표에 청년 정치인 이준석
'5선' vs '0선'…'80년대 출생' vs '80년대 학번'
정치권 세대교체 바람 앞에 대선주자들도 곤혹
"대선은 누가 더 절박하냐에 달렸다. 이준석이 당대표 되는 걸 보면 국민의힘과 그 지지자들이 얼마나 절박하게 정권 교체를 원하는지가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새 당대표로 선출된 11일 민주당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당분간 '이준석의 시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 정치인의 제1야당 대표 선출은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올드한 이미지를 덧칠하고 있다.
당대표 간의 신구(新舊) 대비도 뚜렷하다. 이준석 대표는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의 '80년대 출생'이라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5선' 중진의 '80년대 학번'이다. 이들의 나이 차이는 22살이다. 송 대표 입장에서는 이 대표와 나란히 사진이 찍히는 '투샷'마저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송 대표는 이 대표 선출 직후 대변인을 통해 "우리나라 정당사상 최연소 제1야당 당대표 선출을 계기로 정치가 새롭게 변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축하 인사를 건네면서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는 정치가 아니라 서로가 자기반성과 개혁을 통해 국민께 봉사하는 정치를 만들어나가자"고 말했다.
이 대표의 당선으로 민주당 대선주자들까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빅3'로 꼽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풍부한 경륜과 안정감이 장점이다. 그러나 세대교체와 정치개혁 바람 앞에 이들은 노회한 정치인 이미지가 부각될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대선에 출마한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대표주자 박용진 의원이 정세균 전 총리를 제치고 지지율 깜짝 3위에 오른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정 전 총리는 이 대표와 '장유유서' 논쟁을 벌이면서 실점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與 덕담 건넸지만…"우리가 게을렀다"
국민의힘의 파격적인 변화는 민주당에도 상당한 자극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2030 또는 초선 의원들은 일제히 환영과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속내에선 불안함과 초조함이 감지됐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당은 인재를 키우고 새로운 정책과 아젠다를 발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데 저희가 게을렀다"면서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 맞고,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강제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된 청년 정치인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2030 청년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많은 기회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단순히 청년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를 편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또다른 초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게 신선함과 새로움을 보장하지 않고, 나이가 많다는 게 노쇠함과 고루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정당의 이미지, 역동성 등 나이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