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문대통령, 보수단체엔 초강경 대응…민주노총엔 원론적 수준 경고


입력 2021.07.06 04:07 수정 2021.07.06 00:08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방역 지침 위반 불법 집회 대하는 태도 상반돼

보수단체에는 "명백한 도전…용서할 수 없어"

민주노총에는 "법적 조치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국가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다." (2020년 8월 16일 보수단체 광화문 집회 관련)


"불법적인 대규모 집회 등 방역 지침을 위반하는 집단 행위에 대해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7월 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집회 관련)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두 단체를 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온도차가 극명하다. 문 대통령은 사랑제일교회 신도 등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집단 행위의 주체를 특정하면서 강한 어투로 경고한 반면, 민주노총을 향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의 비판에서 그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방역 지침을 위반한 집단 행위에 대해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관건은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를 다시 억제하는 일로 방역당국은 지자체와 합심해 비상하게 대응해주길 바란다"며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상황이 심각한 만큼 수도권 지자체들도 더욱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수도권 방역망이 뚫리지 않도록 총력 대응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을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단체가 지난 주말 경찰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돌발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연 만큼 이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의 민주노총 집회 관련 언급은 지난 3일 집회가 열리고 이틀 만이다.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집회를 예고했을 때도, 집회가 열린 당일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8월 15일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 당시와 사뭇 다르다. 문 대통령은 보수단체의 집회 전날인 14일 "그동안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방역 노력과 국민 안전 및 건강이 일부 교회로 인해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한 뒤 "정부는 상황이 엄중한 만큼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교회의 방역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집회 다음 날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온 국민이 오랫동안 애써온 상황에서 국민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대단히 비상식적 행태"라고 지적하며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비서실장 주재 코로나19 상황점검회의 결과를 보고 받고 코로나 확산 저지에 범국가적 역량 총동원 등을 지시했다.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 당시는 20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수도권 확산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한 상태였다. 민주노총 집회 당일에는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토요일 기준 올해 최고치인 794명으로 기록됐으며,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이 민주노총에만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못한 것에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의 2016년 탄핵 정국 당시 역할이 문 대통령의 상반된 태도의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촛불집회를 이끈 핵심 세력 중 하나다. 이를 방증하듯 정부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노동 정책에 반영해 왔다. 이를 두고 야당은 "민주노총이 '촛불 청구서'를 들이민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문재인 정권 탄생과 동시에, 동업자를 넘어서 이제는 거의 상전 노릇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서울 종로 한복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며 "문재인 정권답게 주동자를 찾아서 엄벌에 처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8.15 집회로) 잠재적 범죄자, 살인자가 됐던 국민들이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방역 수칙을 무시하고 불법 집회를 강행한 민주노총에 대해 당국은 엄정한 대응과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더욱 황당한 것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 민주당의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