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만나서 풀자" 제안에
안철수 뚜렷한 반응 無…고심
국민의힘 "대선 가고 싶어 회피"
국민의당 내부서도 비판 "통 크게 통합하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대표 간 담판을 위한 회동을 제안했다. 안 대표가 이 대표의 제안에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숙고에 들어가자,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안철수 대표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준석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은 야권 통합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씀드린다"며 "안 대표가 조속한 시점에 저와 합당 문제를 마무리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당 실무협상단의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이후부터 줄곧 강조했던 당대표 간 '톱다운 방식'의 회동을 통해 꼬인 매듭을 풀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친 것이다.
앞서 국민의당 측이 합당 조건으로 당명 변경과 주요 지역 당협위원회 공동위원장 임명,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 공동 임명, 국민의당 출신 지명직 최고위원직, '대통령 후보 선출 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지나치게 과도한 요구라며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지지부진한 진행 상황에 국민의당과의 합당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지도부가 줄곧 추진하고 있는 8월 대선 경선 버스 출발에 시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합당 실무작업에 필요한 현실적인 시간을 고려할 때 7월 말에서 8월 초가 마지노선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관게자는 통화에서 "순조로운 합당을 바랬지만 이미 골든 타임은 지난 것 같다"며 "합당이라는 작업이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화학적 결합'을 위해선 앞으로 1~2주 안에 가타부타 결론을 내야 할 것"이라 언급했다.
또 안 대표가 자신의 대선 출마 욕심 때문에 합당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 측 실무협상단장을 맡았던 성일종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철수 대표가 대선에 나가고 싶은데 허들이 있으니, 통합이라는 말로 합당을 회피하고 있는데 그건 말장난"이라며 "'더 큰 2번을 위해 합당하겠다'고 선언했던 안 대표가 합당에 대한 정확한 말씀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성 의원은 "더 큰 2번을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해놓고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에 대해 국민이 용서하겠나"라며 "정치는 국민을 보고 하는 것이지 개인을 보고 하는 게 아닌 것"이라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이날 YTN '뉴스Q'에 출연해 "합당을 하게 되면 아마 안 대표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합당이 된 다음 국민의힘 기존 주자들과 겨루기가 힘겨울 수 있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합당을 미룰 것이다. 성일종 의원도 '통합'이라는 말이 애매하고 모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분석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준석 대표의 회동 제안에 숙고에 돌입했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회의를 열고 합당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국민의당 측 실무협상단장이었던 권은희 원내대표가 협상 과정과 결과를 안 대표에게 보고했으며, 이 대표와의 회동 여부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회의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진행 상황에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당 지도부를 향한 반발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당 소속 주요 인사들은 이날 합동 성명서를 내고 " 약 두달간 계속되던 국민의당-국민의힘 합당관련 양당 실무협상단회의가 종료됐다. 합의문에 의하면 비록 성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합당 합의에 이르지 못한 양당은 대의면에서나 실리면에서 얻은게 하나도 없는 것"이라며 "야권대통합과 압도적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양당의 당원들과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안철수 대표와 이준석 대표는 정권교체라는 대명제를 위해 직접 만나 결론을 내야 한다. 무더위 속에서도 정권교체와 공정과 민주의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희망이 되는 야권대통합의 출발점은 양당통합을 통한 플랫폼 정당의 건설"이라며 "야권대통합 없이는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에 양당 대표는 빠른 시일내 만나 조건없는 통합, 통 큰 통합을 합의하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성명서에는 이균철 경기도당위원장과 이현웅 인천시당위원장을 비롯해 이종규 서울 양천갑·황상석 양천을·이종태 강동갑·박형범 부산 남갑·김찬진 인천 동미추홀갑·김용태 연수갑·정주열 경기 부천을·김영규 부천병·정재영 화성갑·이용선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위원장 등 지난 6월 임명된 지역위원장 11인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한 인사는 통화에서 "지도부가 자꾸 하수에 악수를 두고 있다"며 "이날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은 현 직책에 대한 욕심이 없는 분들이라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권은희 원내대표가 국민의힘에 제시한 조건 중 '29개 당협위원장 공동 임명'이 있었던 것에 비춰볼 때 당사자들도 지도부가 과한 요구를 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창렬 교수는 "지금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 볼 때 지금 합당하는 건 자신한테 대단히 불리하다고 느껴서 모호한 이야기를 하는 건데, 결국 안 대표와 이준석 대표가 풀 수밖에 없다"며 "만나서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