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北 탄도미사일에 가려진 '왕이 방한'


입력 2021.09.17 05:01 수정 2021.09.17 07:14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신범철 "중국 입장에선 뒷맛 씁쓸할 것"

박원곤 "이례적 시점…中유쾌하지 않아"

靑 '김여정 비난 담화'에 "언급 않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북한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 기간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나선 상황에서 도발 수위를 높이며 국제사회의 표정을 살피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1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에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며 추가 대응을 자제했다.


전날 문 대통령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참관 자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만큼, 더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로우키' 행보로 해석된다.


김 부부장은 논평에서 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며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망탕 따라하고 있다"며 "우몽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외교가의 관심은 북한의 '속내'와 중국의 '표정'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왕이 외교부장을 접견한 직후에 이뤄졌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대 우방인 중국 외교 사령탑이 방한 기간에 '대남용 무력시위'를 벌인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北, 중국 배경으로 날린 미사일…美반응 살피나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왕이 부장이 서울에 체류하는 중에 도발한 의미는 단거리미사일로 중국과 관계가 나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그래서 과감하게 도발을 한 것인데, 중국 입장에선 뒷맛이 씁쓸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추가로 더 강하게 도발하면 북중교역 등이 어려움이 따르고, 새로운 제재가 가해질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을 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평화프로세스란 이름으로 북한에 일희일비하기 보단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왕이 부장이 북한이 미사일을 쏠 것을 미리 알진 않을 것"이라며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지만, 중국으로서는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중국의 묵인'을 뒷배경으로 미국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순항미사일과 달리 지난 1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왕이 부장이 방한 기간에 북한이 도발을 한 것이 중국의 체면을 깎은 것 아니냐고 하는데, 오히려 묵계(默契)를 과시하는 측면이 더 있지 않나"라며 "북한이 중국과 연대를 강조하면서 한미동맹의 반응을 관찰하는 구조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5일(현지시각)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외교적 해법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이런 활동은 불안정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