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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대국론' 文의 '소국론' [강현태의 빨간맛]


입력 2021.11.30 07:00 수정 2021.12.08 12:32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시진핑, 주변국 '소국'으로 지칭

中 전문가 "12억명 선진국 주도

국제질서, 70억명 인류 최고선택?"

文, 4년전 "韓 소국…중국몽 따를 것"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미중 전략경쟁은 미국의 '채찍'과 중국의 '맷집'으로 거칠게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이 끊임없이 반칙을 범하고 있으니 시정하라는 입장이다. 인권 등 '민주적 가치'로 대표되는 기존 국제사회 질서에 중국이 순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 악물고 갈 길 가겠다는 작정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기존 국제질서를 따르라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요구에 "지구는 미중이 각자 발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고 반박했다. 중국 특유의 '스케일 중심적 사고'를 뽐내며 미국 중심 질서에 선을 그은 셈이다.


시 주석은 이미 8년 전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을 만나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한 바 있다. 해당 용어의 '진의'를 두고 한동안 해석이 분분했지만, 중국의 '마이웨이'를 뜻한다는 데 더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중국의 독자 운신 폭 확보 노력이 대국 마인드와 맞물려 주변국에 위화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최근 화상으로 진행된 중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역내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남중국해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작은 이웃 국가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일본의 모테기 외무상에게 "대국 대립(미중 경쟁)에 말려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 특유의 스케일 중심적 사고는 미국 공격을 막아내는 '방어 논리'로도 활용된다. 중국의 한 대학교수는 최근 한중 전문가들이 참여한 학술회의에서 "전 세계 인구 70억명 중 선진국 인구는 12억명 정도"라며 "미국 주도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전 인류 최고의 선택일까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민주·자유 질서로 국제질서를 판단하는 것은 전 인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국제질서를 쌓아 올린 서구 중심 세력이 인구 측면에서 '소수'이니 정당성이 없다는 뜻이다. 중국 인구가 대략 14억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해당 학술회의에선 한국 측이 중국학계가 강조하고 있는 부분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핀잔'까지 쏟아졌다. 중국 측 전문가는 평화·발전을 최우선 가치로, 공평·공정을 차순위 가치로, 민주·자유는 그다음이라고 강조했다. 대국이자 개발도상국인 중국은 평화·발전을 추구하고 있으니 한국은 미국을 따라 민주적 가치를 들먹이며 딴지 걸지 말라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중국 조야의 논리를 '공세적(assertive) 외교'로 규정하고 거듭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월 워싱턴 한복판에서 "20년 전 중국이 아니다"며 "중국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중국이 주장하고 싶어 하는 것을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돌이켜 보면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인식은 '빛 샐 틈 없이' '철통'같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한국을 '작은 나라'로 일컬으며 "중국몽(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함께할 것"이라고 했었다. 얼마나 '무서운 발언'인지 이제 와 새삼 깨닫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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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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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hs 2021.12.02  12:36
    국민들 자존감 무너뜨리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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