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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스포츠 결산②] ‘기대가 컸나’ 실망으로 얼룩진 코리안 특급들


입력 2021.12.21 11:56 수정 2021.12.21 11:57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KBO리그 좌완 트로이카 출신의 류현진-김광현-양현종 기대치 밑돌아

첫 시즌 2할 타율 사수 어려웠던 김하성, 수비로 만회..최지만 잦은 부상

막내 박효준, 미국 진출 7년 만에 빅리그 데뷔..실망 속에 피어오른 희망

토론토 류현진 . ⓒ AP=뉴시스

추신수(SSG랜더스)가 KBO리그로 오는 대신, 무려 6명의 선수들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했지만, 야구팬들에게 실망만 안긴 한해가 됐다.


2021시즌 메이저리그(MLB)서 활약한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투수 3명(류현진·김광현·양현종), 타자 3명(최지만·김하성·박효준)으로 모두 6명이다. 이들 중 투수 쪽은 실망 그 자체였다. KBO리그 좌완 트로이카를 이뤘던 류현진-김광현-양현종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169.0이닝 14승10패 평균자책점 4.37)에게는 너무나도 아쉬운 시즌이다. 3년 연속 개막전 선발투수로 출격한 류현진은 후반기 들어 기복이 심해졌다. 정규시즌 최종전 등판을 앞두고는 6경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8.65로 부진을 겪었다. 3경기로 좁히면 2패 평균자책점 15.58로 더 심각했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흔들렸고, 투구 밸런스까지 무너졌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개인 최다승 타이 기록인 14승을 수확했지만, 팀 내 입지는 오히려 좁아졌다. 로비 레이-스티븐 매츠-알렉 마노아가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선보이는 것과 달리 류현진은 후반기 들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좌완 에이스 자리마저 ‘2021 AL 사이영상’ 레이에게 내줬다.


김광현(106.2이닝 7승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46)은 크고 작은 부상 탓에 뻗어나가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도중 허리 통증에 시달린 김광현은 4월 18일에야 시즌을 시작했다. 빅리그에 돌아온 김광현은 7월 들어 ‘이달의 투수’까지 노릴 정도의 투구를 과시하며 2년차 징크스도 날리는 듯했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8월 말 복귀 이후에는 주로 불펜으로 등판했다. 세인트루이스가 9월 들어 17연승을 질주하는 동안 김광현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로스터에도 포함됐지만 등판이 무산됐다. 세인트루이스가 걸출한 좌완투수 매츠를 영입, 김광현과 사실상 결별했다.


양현종 ⓒ AP=뉴시스

양현종(35.1이닝 3패 평균자책점 5.60)은 첫 도전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KIA 타이거즈가 제시한 특급 대우를 정중하게 거절하고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내려놓은 채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양현종은 1차 목표였던 메이저리그 등판은 달성했다.


5월 6일에는 첫 선발 기회를 잡고 3.1이닝 8탈삼진으로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5월 20일 뉴욕 양키스전(5.1이닝 2실점) 이후로는 이닝 소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했다. 6월 중순에는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굴욕도 당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절치부심하던 양현종은 팀 내 코로나19 확산 속에 8월 말 메이저리그에 돌아왔지만 기대치를 밑돌았다. 9월 등판한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31(4.1이닝 4실점)로 반등에 실패했다. 빅리그 12경기 등판(선발 4경기)에서 1승도 챙기지 못한 양현종은 3패 평균자책점 5.60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한국으로 돌아와 KIA 타이거즈와 협상 중이다.


투수 쪽보다 타자 쪽은 그나마 나았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김하성은 수비 능력을 인정받았고, 최지만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시간 유망주 박효준도 빅리그에 데뷔했다.


김하성(타율 0.202 8홈런 34타점 OPS 0.622)은 올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4년 2800만 달러(약 330억원)에 샌디에이고와 계약,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이뤘다. 포지션 경쟁에 부담이 덜한 팀과의 계약도 가능했지만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한, 당장 포스트시즌 경쟁이 가능한 팀을 선택해 도전했다.


2루수 자리를 놓고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경쟁하면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백업을 예상했던 김하성은 시범경기에서의 부진 탓에 크로넨워스에 밀려 백업 내야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적응력을 높여간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으로 인해 많은 출전 기회를 잡았다.


기대를 모았던 타격에서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홈런은 10개 가까이 터뜨렸지만, 2할대 타율 지키기도 버거웠다. 하지만 2루수와 3루수, 유격수를 오갔던 김하성은 수비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수비에서 573.2이닝 동안 DRS(디펜시브 런 세이브) 18개를 마크하며 공격 생산성에서의 아쉬운 부분을 만회했다.


김하성 ⓒ AP=뉴시스

최지만(타율 0.229 11홈런 45타점 59안타 OPS 0.758)은 무릎 수술로 인해 5월 17일에야 첫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부상 악몽은 계속됐다. 6월초 사타구니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8월에는 허벅지 통증을 느껴 또 이탈했다. 복귀 후에는 긴 무안타 침묵에 시달렸다.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면서 3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에 선 최지만은 ALDS 2차전에서는 6회말 솔로 홈런도 터뜨렸다. 개인 통산 4번째 포스트시즌 홈런. 2년 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최지만은 붙박이 1루수는 어렵더라도 플래툰이나 백업으로는 여전히 존재가치가 있음을 입증했다. 탬파베이 구단도 그의 가치를 인정하며 연봉을 인상했다. 직장 폐쇄를 앞두고 최지만은 내년 시즌 연봉 320만 달러(약 37억 8500만 원)에 사인했다.


박효준(타율 0.195 3홈런 14타점 25안타 OPS 0.633)은 긴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마침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올 시즌 트리플A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쏜 박효준은 지난 7월 미국 진출 7년 만에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박효준은 한 타석만을 소화하고 그대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이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트레이드 되면서 더 많은 기회를 잡았다. 박효준은 필라델피아 선발 카일 깁슨의 커터를 공략해 2루타를 뽑았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선발 출장 경기에서 뽑은 첫 안타다. 다음 경기에서 3타점 2루타를 때려내는 등 물오른 타격감을 한껏 뽐낸 박효준은 세인트루이스전에서 데뷔 첫 홈런도 터뜨렸다. 피츠버그 감독은 물론 현지 언론에서도 찬사가 이어졌다.


이적 후 첫 안타, 첫 타점, 첫 홈런을 차례로 기록한 박효준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록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지만 큰 희망을 품게 했다. 풀시즌을 치를 수 있는 체력 관리 능력만 키운다면 박효준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하다는 것이 현지언론들의 전망이다. 실망스러웠던 코리언 빅리거들 중에서 유일하게 희망을 쏜 막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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