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선수들 방역수칙 어기고 술자리 후 집단 감염
냉정한 시선 속 도쿄올림픽 대표팀 졸전으로 4위
'축제의 장' 포스트시즌 매진은 11경기 중 단 2회
사건, 사고의 누적. 잊을 만하면 터지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일탈에 팬들도 단단히 화가 났다. 급기야 경쟁력을 보여주던 국제대회에서도 졸전을 펼쳐 야구 인기 하락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프로 스포츠란 무릇 팬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줘야한다는 뚜렷한 목적을 지녀야 한다. 팬이 없는 스포츠는 존재의 의미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프로 스포츠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KBO리그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채 팬들에게 실망감만 주는 모습이다.
‘NC 술자리 파문’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
2021시즌 KBO리그의 가장 큰 사건, 사고는 역시나 지난 7월 불거졌던 ‘NC 다이노스발 술자리 파문’이다.
NC 소속 박석민과 박민우, 권희동, 이명기 등 4명은 원정 숙소에서 일반인 2명을 불러 술자리를 가졌고 이 과정에서 3명의 선수들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나비효과는 엄청났다. NC와 경기를 가졌던 두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고 결국 KBO는 논의 끝에 리그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40년 역사의 KBO리그에서 예정에 없던 리그 중단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팬들의 실망감이 대단히 컸던 이유는 선수들의 몰지각한 행동 때문이었다. 앞에서는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처럼 말하고 뒤로는 코로나19가 퍼지든 말든 유흥을 즐겼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시즌 아웃의 중징계를 받았고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우물 안 개구리’ 야구대표팀, 도쿄 올림픽 졸전
곧바로 이어진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대표팀이 졸전을 펼쳤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는 대회 구기 종목 가운데 가장 적은 6개팀만 참가, 메달 획득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3승 4패, 4위였다.
총 7경기를 치르며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했던 경기는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였던 이스라엘전이 유일했다. 나머지 6경기서는 접전 또는 허무한 패배의 연속이었다. 한국 야구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인지 단적으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과정도 팬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방역 수칙 위반으로 박민우와 한현희가 대표팀서 하차하자 베테랑 투수 오승환을 발탁했다.
대한체육회는 음주운전 또는 도박 등의 물의를 일으킨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대표팀에 발탁할 수 없다는, 일명 ‘오승환법’을 만들었다. 오승환은 과거 불법해외원정도박 물의를 일으킨 사례가 있다. 그러나 오승환법을 만들고 오승환을 발탁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김경문 감독은 결승진출이 좌절된 뒤 “금메달을 못 딴 것은 아쉽지 않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최종 엔트리 구성에 대해서도 “스태프들이 생각이 있으니까 뽑았을 것”이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KBO리그 인기 추락, 돈 씀씀이는 정반대
여파는 고스란히 재개된 리그로 이어졌다. 올림픽이 끝난 뒤 시작된 후반기 KBO리그의 평균 시청률은 전반기에 비해 약 30% 정도 낮아진 0.5% 수준에 불과했고, 급기야 몇몇 경기는 여자 배구에 밀려 녹화 중계가 되기도 했다.
특히 티켓이 없어 암표상이 득시글거리던 포스트시즌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100% 관중 입장이 허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총 7경기 중 딱 1경기만 매진이 됐고, 32경기 연속 매진 행진을 벌였던 한국시리즈 역시 4경기 중 1경기에서만 꽉 찬 관중석을 만들어냈다.
KBO리그의 인기 하락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KBO리그의 생중계를 담당하는 스포츠 채널 4개사는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전, KBO와 10개 구단을 상대로 리그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방송사들은 “리그 중단과 선수들의 일탈로 국민 여론이 악화했다”며 “리그 일정을 맞추기 위한 더블헤더 편성으로 시청률이 떨어지고 광고 소구력이 낮은 평일 낮 중계가 늘어 광고 매출 급감, 이미 판매된 광고의 환불과 보상 등으로 손해가 막대하다”라고 주장했다.
구단들도 대부분의 경기를 무관중 또는 제한적으로 받으면서 입장 수입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FA 시장에서 100억대 계약이 나오는 등 일부 구단들이 수익 구조를 염두에 두지 않는 행보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