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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쏘아올린 여가부 폐지 ②] 이대녀의 말 들어보니…


입력 2022.01.12 05:25 수정 2022.01.11 20:36        김효숙기자 (ssook@dailian.co.kr), 김하나 기자

2030 여성들 "일상 성차별 여전…여가부 역할이 부족하다고 폐지? 더 나은 방향으로 개편"

"여가부=남혐 부처 등 이념 공세로 여성정책 가로막아…성평등 사회 실현까지 존속해야"

여성학계 "여가부 폐지론, 남성이 피해자로 지위 전도…여가부 권한·예산 오히려 더 강화돼야"

"과잉대표성? 취약계층 권익 위해 애쓰는 여가부 모르고 여성만을 위한 이익단체로 오인"

여성가족부 로고.ⓒ여성가족부

이른바 윤석열發 여성가족부 폐지 공방이 대선 정국에서 거센 가운데, 소위 '이대녀(20대 여성)'들은 유리천장, 임금격차 등 사회 내 성차별 구조가 여전하다며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여성학계에서는 다른 부처보다 인력과 예산이 적은 '초미니 부처'라고 불리는 여가부의 권한을 오히려 강화해 가족 문제를 담당하는 전문 부처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30 여성들은 일상에서 여전히 성차별 문제를 해결할 전문 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 이모(30·여)씨는 "우리나라는 젠더 의식이 많이 나아졌다 해도 여전히 유교적 사상이 강하고, OECD 국가 가운데 여성들의 임금이 낮은 축에 속한다"며 "조직 내 고위직을 보면 남성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데 여가부의 역할이 부족하다고 폐지까지 해서는 안된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개편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박모(31·여)씨도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이 사회 주류로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고, 여성은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한다"며 "경험하지 않고서는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적 어려움이 많는데 '여가부=남혐 부처' '페미 옹호 남성=남페미' 등 이념 공세로 여성정책 자체를 가로막아선 안 되고, 성평등 사회가 실현될 때까지 여가부의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원생 김모(29·여)씨는 "지난해 기준 200여개 국가 가운데 191개 국가에 여성정책 전담 국가 기구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부처의 기능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부처의 형태가 옳을지, 총리실 직속 위원회가 옳을지에 대해 논의할 수는 있지만, 폐지만이 정답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극단적 의견"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의 정책들은 여전히 여성들만을 위한 정책이고, 남성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취업준비생 박모(31·남)씨는 "가부장 문화가 심했던 부모님 시대와 달리 악습과 차별을 거의 못느끼는 요즘, 과연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며 "남성혐오를 조장하는 성평등 교육에 수십 억원을 쓸 게 아니라 청소년, 아동,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 가족 지원을 전담으로 하는 부처로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여가부 예산을 보면, 총 1조4650억원으로 올해 정부 전체 예산 607조원의 0.2% 수준에 불과하다. 여가부 예산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은 한부모가족 양육비 지원 등 가족정책(9063억원)으로 약 62%를 차지한다. 그다음이 청소년 관련 사업(2716억원)으로 18.5%이었고, 성폭력·가정폭력·강력범죄 피해자 등을 지원하는 '권익' 분야 예산(1352억원)이 9.2%로 그 뒤를 이었다.


여가부 예산을 지원받는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미진 대표는 "현장에서 미혼모 지원은 여가부에서, 자녀 지원은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해 효율적인 연관성이 떨어지는 한계는 있다"면서도 "전담 가족 부서를 만들거나 취약가족 지원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도 없이 여가부를 폐지해 버리면 미혼모, 한부모 가정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보호받으란 소리이냐"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여가부 폐지론이 대선 정국에서 소모적인 정치적 구호로만 악용되는 것을 경계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여가부 폐지론은 여성이 무임승차자로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가해자, 남성은 많은 몫을 빼앗기고 있는 피해자로 지위를 전도시킨다"며 "이는 여성에 대한 불평등 구조나 여성이 겪는 성차별적 현실을 더이상 인정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남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여성계 인사는 "이대남들이 여가부가 과잉대표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데, 여가부가 한부모 가족이나 사회적 취약 계층의 권익을 위해 애쓰는 점을 알지 못하고 여성들만을 위한 이익단체인 것처럼 오인하기 때문"이라며 "김학의 사건과 정인이 사건 때 여가부가 뭐했느냐고 하는데, 이는 엄격하게 보면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의 일이다. 여성 혐오의 기류를 타고 여성폐지론은 야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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