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보유 차량 많아지면서 주차공간 부족해 발생…이미 해묵은 난제
시민들 "주차공간이라고 아예 생각하지 말아야 vs 대부분 비어 있고 비장애인이 이용"
장애인 단체 "법적으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개수부터 명확하게 정해야"
전문가 "차량은 장애인에게 다리,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보유차량 제한으로 주차문제 해결해야"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한 자신의 차량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에 써놓은 경고문이 화제다. 신고자를 원망하고 보복을 예고하는 글 내용이 퍼지면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사용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도 다시 가열되고 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을 보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주차표지를 붙이지 아니한 자동차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논란이 된 글에는 '같은 건물에서 살면서 어떻게 신고할 수 있냐', '차량을 1대 이상 보유한 가구에 대해 건물에 민원을 넣을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같은 문제는 가구당 보유 차량이 늘어나면서 주차 공간이 부족해지자 발생하는 문제로 이미 해묵은 난제로 커가고 있다.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면서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지켜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모(32)씨는 "오래된 아파트는 주차구역이 부족한 곳이 많다"며 "우리 아파트는 한집당 0.8대가 댈 수 있게끔 지어졌지만, 대부분의 가구가 2~3대씩 보유하고 있어 늘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침범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면 가구 보유 차량을 제한하는 방법이나 장애인전용주차구역과 관련 없는 부분의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아무리 자리가 없어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는 주차하면 안 된다"며 "애초에 주차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비어있는 경우에는 이용해도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광화문에서 일하는 정모(29)씨는 "장애인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대부분 비장애인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를 이용해 주차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트 같은 곳에 가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만 줄지어 비어있다"며 "비어있을 때는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지키는 것은 장애인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전제하고, 주차공간 부족의 문제는 가구당 보유 차량 수를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법적으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규격과 위치만 정해져 있을 뿐 주차구역 개수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이것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며 "공동주택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 문제는 관리소장에게 책임이 있는데, 공동주택의 관리소장은 입주자 회의에서 뽑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뚜렷하게 해결되지 않을 때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개인이 주차할 공간이 없으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비워놓는 것을 내 땅을 침범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같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더 불편한 사람에게 배려를 해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차량은 다리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사실 도로교통에 관련한 부분에서 장애인을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이 적기 때문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지켜주는 것은 거의 유일한 배려다.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장애인 거주자가 출퇴근하거나 병원을 주기적으로 가는 경우 그 시간대에만 댈 수 있게 하는 아파트도 있지만 생활패턴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완전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가구당 차량이 많아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경우 가구당 일정 대수 이상을 보유한 가구는 비용을 징수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대중교통의 편리함을 증가시켜 개인이 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이동에 불편함이 없어지면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