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업계 "전담 정책·지원 기구 필요"
대중음악공연계는 '지속가능한 창작 활동' 기반 요구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연계의 키워드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블랙리스트’와 ‘코로나19’다.
서울연극협회와 한국연극배우협회, 한국연출가협회, 한국극작가협회 등 단체들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을 향해 “진정한 문화 강국은 예술이 존중받는 사회이며 예술가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며 “진정한 문화강국을 위해 예술가와 건강한 담론을 할 수 있는 정부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앞서 보수정권 당시 정권에 비협조적인 이유로 작성된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명단, 즉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앞서 발생했던 블랙리스트 사태는 예술창작 지원이라는 권력이 예술가의 자율성과 생존권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첫걸음을 창작 환경 개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블랙리스트와 같은 국가 폭력이 재현되는 것을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좌파니 우파니 하는 시대착오적 발언과 문화 행정의 오랜 관례가 된 낙하산 인사가 사라질 때까지 행정의 자율권을 위해 투쟁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뮤지컬 업계는 오랜 숙원과제였던 ‘독립 장르화’를 이뤄내면서 향후 업계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펼쳐나감에 있어서 정부의 지원 등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뮤지컬협회 이종규 이사장은 “새 정부가 콘텐츠 문화 산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케이팝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등 세계적인 성과를 내면서 콘텐츠 강국으로 급성장해왔다. 향후 영상과 음악, 연기, 춤 등이 결합된 종합예술인 뮤지컬은 케이콘텐츠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장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뮤지컬 산업은 공연법상 뮤지컬 장르 독립 표기를 골자로 한 공연법 개정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한 새 정부의 이해와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구체적인 지원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뮤지컬산업진흥법 등의 제정과,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뮤지컬 전담 정책·지원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콘텐츠 전반에 대한 지원 기관은 있었지만, 워낙 다양한 장르에 지원하다 보니 뮤지컬은 하위 장르로 인식돼 지원의 규모나 연속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던 게 사실이다. 이 이사장은 “뮤지컬은 공연예술 장르 중에서도 고용창출 효과, 관객수 등이 압도적이다. 예술과 산업의 결합체로 봐야한다”면서 “때문에 지원 정책의 일관성, 지원 규모 및 히스토리 관리, 성과측정, 해외 교류 지원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전담 기구를 만들게 된다면 뮤지컬 산업은 고용창출과 수출을 통한 장기적인 로열티 수입 등 문화강국, 수출의 효자로 거듭나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이번 대선에 앞서 양당의 후보들로부터 공연법 개정을 계기로 뮤지컬산업진흥에 협력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전담 정책 기구 설치와 이를 통한 창작지원, 예술인복지 등 산업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기대했다.
새 정부가 고민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코로나19로 무너진 문화 기반 복구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공연장협회 등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코로나19로 취소된 공연수는 총 1301건으로 약 2255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만 25개의 중소 공연장이 코로나19로 줄줄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예술인의 금전적 지원은 물론 그들이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게 급선무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리악) 윤동환 부회장은 “코로나19로 멈추었던 콘텐츠 제작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문화예술에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운영 및 홍보에만 집중되어 있는 지원을 가장 기초적인 창작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길 바라며, 그와 함께 그 콘텐츠를 지켜낼 수 있는 구조도 갖춰져야 한다. 또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사각지대 없이 모두가 공정한 대우를 받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바랐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 이종현 회장은 “대중음악공연산업은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세계시장으로의 규모의 확장 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의 융합으로 미래 산업의 영역까지 그 분야를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이처럼 문화 수출과 다양한 산업의 영향력을 갖춘 대중음악공연산업입니다만 정작 자국의 정부기관은 물론 일부 대중들의 시선은 우리 산업이 갖고 있는 자긍심과 치열한 고민에 비해 여가선용이라는 고전적인 본질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큰 지원 없이 민간 스스로의 노력으로 일군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외부 요인과 사회적인 이슈에는 가장 먼저 재단되는 상황이 지금까지 반복되어 왔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만들어온 일들의 가치가 누군가에 의해 쉽게 훼손되지 않도록 더 멋진 창작과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인식개선과 더불어 행정적인 장치를 마련해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제 20대 대통령으로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을 통해 “전 국민 문화향유시대를 열겠다”며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문화예술인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정적 문화예술 재원을 확보하고 재원의 독립을 통한 예술지원 자율성 제고, 예술인의 정당한 권익 보장을 통한 공정한 예술 생태계 확립, 생활고 예술인 긴급구호 지원 강화 등 예술인 안전망 확대 등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