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뛰기 정상에 서며 한국인 최초 세계실내육상선수권 우승
지난해 도쿄올림픽 4위, 메달 실패에도 압도적 쇼맨십으로 눈길
중압감 큰 무대 경험 쌓이며 2년 뒤 파리올림픽에 대한 기대감 상승
한국인 최초 세계실내육상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스마일보이’ 우상혁(국군체육부대)의 최대 강점은 바로 진정으로 경기를 즐길 줄 안다는 점이다.
그는 20일(한국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스타크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4를 뛰어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우상혁은 한국 선수 최초로 시상대에 오른 것은 물론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종전 한국선수 최고 성적은 1995년 바르셀로나 대회 남자 400m에서 손주일이 달성한 5위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수확했지만 우상혁이란 이름 석 자를 좀 더 널리 알린 것은 지난해 열린 도쿄올림픽이었다.
우상혁은 막차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올림픽 기준 기록(2m33)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랭킹 포인트’로 간신히 대회에 나설 수 있었다.
간신히 올림픽 티켓을 따냈지만 우상혁은 도쿄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결선에서 2m33을 뛰어 넘어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더니, 2m35마저 넘으며 한국 육상 올림픽 역사상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랐다.
아쉽게 메달을 걸지 못했지만 공동 금메달을 차지한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과 격차는 불과 2cm였다.
성적도 놀랍지만 경기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그의 모습에 관심이 쏠렸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주눅들 법도 했지만 오히려 관중들의 호응과 박수를 유도하는 쇼맨십으로 긴장감을 이겨냈다.
긴장보다는 미소를 보이며 “레츠고, 괜찮아”라고 외쳤고,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메달이 좌절됐음에도 “괜찮아”라고 소리치며 미소를 보였다.
아쉽게 4위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우상혁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이런 대축제에서 즐기면 더 잘 되는 거고, 못하면 즐겼으니까 후회는 없고”라며 벅찬 포부를 밝혀 눈길을 모았다.
올림픽이라는 중압감도 이겨낸 우상혁은 그 뒤로 기량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2월 체코 대회에서 2m36을 넘어 한국 기록을 또 경신했고, 열흘 뒤 열린 대회에서도 2m35를 여유 있게 넘으며 2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올해 2m35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전 세계에서 우상혁이 유일하다. 올림픽 당시 30위였던 세계랭킹도 올 시즌에는 1위로 올라섰다.
세계 정상에 오른 우상혁은 이제 2년 뒤 열리는 파리올림픽을 겨냥한다. 당초 2020년에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미뤄지면서 이제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는 불과 2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크다.
이미 이번 대회를 통해 그는 도쿄올림픽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한 탬베리도 넘어섰다. 탬베리는 이날 2m31로 3위에 올랐다.
세계육상연맹은 이번 세계실내육상선수권을 앞두고 랭킹 1위 우상혁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주목 받지 못한 것과 비교했을 때 부담이 느껴질 법도 했다.
하지만 우상혁은 세계실내육상선수권도 마음껏 즐겼다. 경기 내내 밝은 표정으로 “와! 가자!!” 등을 외치며 베오그라드 스타크 아레나를 누볐고, 결국 정상에 올랐다. 아무도 즐길 줄 아는 우상혁을 이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