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성-15형 '개조' 언급
韓, 화성-15형 성능개선 '의구심'
북한이 지난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힌 가운데 한미는 해당 미사일이 신형 ICBM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지난 16일 공중폭발한 화성-17형을 8일 만에 다시 쏜 것이 아니라 기존 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하고 '기만전술'을 폈다는 분석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의 최근 ICBM이 화성-15형을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당국자는 북측 ICBM이 지난 2017년 발사된 화성-15형보다 고도는 더 높게, 사거리는 더 길게 개조됐다며 북한 ICBM 능력의 점진적 진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통일부에 따르면, 최근 미사일은 기존 화성-15형보다 고도는 1773.5㎞ 높아졌으며, 비행거리는 140㎞ 늘었다.
다만 일각에선 고각(高角)발사한 북한의 ICBM 재진입 기술 등이 확증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련 기술 검증을 위해선 정상각도 발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존 힐 미사일방어청장은 이날 2023 회계연도 국방부 예산안 관련 브리핑에서 북한 미사일 능력과 관련해 "지금 그들은 다시 시험발사를 하고 있고, (기술)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도 "(ICBM의) 재진입과 생존 가능성 등 구체 사안에 대해선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패 조기 만회·수습 필요성"
우리 정부는 기존 화성-15형의 성능 개선 여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한 상태다. 탄두 중량을 낮출 경우 고도 및 사거리가 증대될 수 있는 만큼 예단할 수 없다는 취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8일 개최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최근 ICBM이 화성-17형인지 화성-15형인지 말해 줄 수 있느냐'는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현재 한미 정보당국에서 여러 정보들을 바탕으로 정밀하게 분석 중"이라며 "결론이 안 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장관은 북측이 화성-15형의 성능을 개량했을 가능성에 대해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며 "가령 탄두 중량에 따라서는 그것(고도 및 사거리)이 얼마든지 조정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을 여기서(공개적으로) 말씀 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이유도 한 가지쯤은 있어 보인다"며 "만약 그들이 내부적으로 무언가 실패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조기에 만회하고 수습할 필요성들도 좀 있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화성-17형 공중폭발과 관련한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서둘러 화성-15형을 쏘아 올려 성공 분위기를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6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된 화성-17형이 공중폭발 했을 당시, 평양 상공에 붉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굉음까지 일었다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