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눈물 흘렸다'던 세운상가 지구 11년 만에 재개발 착수
6.1 지방선거 앞두고 주거정책 집중…'대권 징검다리' 포석도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주거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근 행보와 정책 메시지는 이같이 요약된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6.1서울시장선거 후보로 선출된 이후 오 시장의 일정은 부동산 등 주거 관련 정책에 집중됐다. 서울시 안팎에선 '오세훈표 주거정책'을 지방선거를 넘어 차기 대권을 위한 승부수로 보고 있다.
오 시장은 21일 종로구 세운홀에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하며 서울 구(舊)도심을 녹지 생태도심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청사진 내놨다. 종묘~퇴계로 일대의 구도심 높이 제한 등 개발 규제를 풀어 얻는 공공기여 토지를 녹지화해 녹지비율을 4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도심 기본계획'에 따라 90m로 제한된 건축물 높이를 재조정하고, 최고 높이도 공공기여와 연계해 완화할 계획이다. 또 600% 이하로 제한된 용적률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 시장은 "90m 높이 제한 조정은 대단한 규제완화가 아니고 지난 10년간 묶여있었던 것을 원래대로 돌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건폐율은 낮추고 용적률은 높이고 높이제한을 풀면 엄청난 면적이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 시장은 처음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던 2006년 세운상가 일대 낡은 건물들을 철거해 녹지화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시작했던 장기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기존 계획을 완전히 뒤집어 '재생'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세운상가 일대는 10년간 방치돼 왔다. 이에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세운지구를 보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文과 반대로'…尹 손잡고 '부동산 바로잡기' 사활
최근 오 시장의 현장일정은 주거정책에 맞춰졌다. 지난 14일 모아타운 시범사업 현장을 찾은데 이어 18일엔 서울 하계5단지를 방문해 재정비 사업현장을 둘러봤고, 20일에는 용산구 청파동 안심마을보안관 활동 현장을 직접 찾았다.
특히 지난 18일 서울 임대주택 현장방문에선 "과거 물량 늘리기 방식에서 벗어나 임대주택에 짙게 드리웠던 차별과 편견의 그림자를 걷어내야 할 때"라며 "집이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란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0년 경기 화성시 공공임대주택단지 현장방문에서 전용면적 44m² 아파트를 찾아 '13평에 4인가족' 논란을 일으킨 것과 대비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오 시장은 임대주택 입주자 대부분이 60㎡ 이상 평형에 살기를 희망하는 만큼 '서울형 주거면적 기준'을 개선해 향후 5년간 공급할 임대주택 신규물량 12만호 중 30%를 3∼4인 가족을 위한 60㎡ 이상 평형으로 채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오 시장은 일련의 정책을 '화려한 네이밍'으로 포장하진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실제 오 시장은 이날 현장 설명회에서도 "네이밍 전략을 쓸 게 아니라 당당히 임대주택을 말하되 자부심을 담을 표현을 앞세우자고 전략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임대주택의 품질을 끌어올리면 시민들도 당당히 '서울형 임대주택'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과 신뢰는 화려한 포장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시정의 축적으로 생긴다"는 게 서울시 정책‧정무라인의 판단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20일에는 주택분 재산세 최고 세율 적용 구간을 현행 공시가격 5억원에서 9억원으로 조정하는 내용 등이 담긴 보유세제 개편안을 마련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윤석열 정부와 원팀'을 강조하며 부동산 정책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주거정책으로 시민들께 어떻게 비전과 희망을 드릴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권으로 이끈 것이 '청계천'이었다면, 오 시장에겐 부동산정책이 될 것"이라며 "사활을 걸고 정책을 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