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역린 '부모찬스' 의혹에 낙마
'공정·상식' 尹 기조 흔들릴 우려
정호영 논란도 여전…청문회 파행
尹고심 커질 듯…"빨리 정리해야" vs "휘둘리면 안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한 초대 내각 후보자들 중 '장학금 특혜'·'제자 논문 짜집기 및 부적절 심사' 논란을 빚은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자진 사퇴를 택하며 처음으로 낙마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등 이른바 '낙마 리스트'에 오른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취임을 1주일 앞둔 윤 당선인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인철 후보자는 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에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마지막 봉사를 통해 돌려드리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어떠한 해명하지 않겠다. 모두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라 언급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부인과 두 자녀가 모두 미국 정부가 세계 160개국에서 각국 정부와 함께 출연해 운영하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과정이석연치않다는 점과, 한국외대 총장 재직 시절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중징계를 받았던 한 교수를 '장기근속' 명목으로 포상한 점이 논란을 빚었다.
김 후보자는 논문 표절 의혹 등 개인적 비위 논란에 더해 전날 오후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지난 1999년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이른바 '방석집'으로 불리는 유흥업소에서 진행했다는 의혹까지 터져나오자 직접 윤 당선인에게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을 향해 김 후보자는 "저를 믿고 중책을 맡겨준 윤 당선인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멀리서나마 응원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정'과 '상식'을 기본 가치로 내세웠던 윤 당선인으로서는 달가울 수 없는 결과다. 특히 김 후보자가 조국 사태 당시부터 국민의 역린이 된 '부모찬스' 의혹을 정면으로 받고 낙마하면서 취임 초기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에 더해 정호영 후보자 거취 문제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당장 김 후보자의 사퇴와 같은날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은 정 후보자 자녀의 의대 편입학 과정에서 불거진 '아빠 찬스' 의혹 및 병역·자질 등을 놓고 집중 공세를 가했다.
오후 7시경에 들어서는 청문회를 진행하던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더 이상 청문회를 진행하는 것이 의미 없다"며 전원 퇴장해 파행에 이르기까지 했다.
국민의힘이 공식적인 입장문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퇴장한 민주당 위원들에 깊은 유감"이라며 "정 후보자에게 불법한 특혜가 없었으며 자녀들의 성적은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다시 청문회에 합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당과 인수위 안팎에서조차 정 후보자를 향한 싸늘한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날 정 후보자의 청문위원이었던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나보다 못한 사람, 의사 부모가 없는 그런 아이들, 정보 접근성이 좀 떨어지고 봉사 기회도 좀 없어 보이는 그런 아이들에게 오히려 더 열린 기회를 주고 정보를 제공해 주는 노력을 하셨더라면 이렇게 곤혹스럽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부분은 생각해 보셨는가"라 정 후보자를 지적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김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정 후보자도 국민의 일반적인 감정선을 건드리는 부분들이 있다"며 "차라리 사퇴로서 도의적으로나마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이 연출되면 좋은데, 불충분한 해명을 통해 논란을 키우는 모습은 당과 새롭게 출범할 정부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언급했다.
단, 이 이상 민주당의 휘둘리는 형국은 좋지 않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필요 이상의 '발목잡기'를 하고 있는 부분도 존재하는 만큼 김 후보자의 낙마 선에서 추가적인 파도를 막아야 향후 정국 운영에서도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한 인수위 핵심관계자는 "아들 병역 문제와 논문 공저자 문제 등은 정 후보자의 해명을 통해 의혹이 해소된 부분도 있다"며 "무엇보다 보건복지부장관으로서의 업무능력이나 자질보다는 그 외적인 부분이 부각된 측면이 많지 않나, 조금 더 진행 상황을 지켜보자는 기류도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전했다.
윤 당선인은 당분간 청문회 진행상황에 대해 직접적인 의견 표명은 자제하고 지방 순회 일정에 집중하며 취임식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인사청문 과정 또한 국회의 일인 만큼 취임을 앞두고 국회 상황에 개입하는 상황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오는 4일 강원 지역을 찾는다.
인수위 관계자는 "아직 청문절차조차 잡지 못한 후보자들도 있는 만큼 청문정국 중간에 직접적인 당선인의 의견 제시는 없을 전망"이라며 "김 후보자의 대체자 물색과 함께 남은 후보자들의 청문회를 지켜보며 생각을 정리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