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도 역내 협력체에
'NATO 딱지' 붙이는 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일본을 차례로 찾아 중국 견제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동맹과 유럽 동맹 간 협력 강화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륙별 주요 동맹인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접촉면 확대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중국 관영매체 및 주요 논객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후 '아시아판 NATO' 구축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쿼드(Quad)를 겨냥해 "아시아판 NATO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일본·호주·인도의 포괄적 협력체인 쿼드가 반중 군사전선 성격을 띠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들어 중국은 미국 주도 협력체라면 일단 NATO 딱지를 붙이고 보는 분위기다. 최근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경제 NATO'에 비유하며 반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미국·일본·호주·인도 등 역내 13개국이 참여한 IPEF는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중이던 지난 23일 공식 출범했다.
무엇보다 중국은 IPEF와 NATO 간 연계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IPEF와 NATO 양쪽에 발을 걸친 한국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달 초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NATO 사이버방위센터 정식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NATO 사이버방위센터 정식회원이 됐다며 "중국은 한국이 NATO에 발을 딛는 첫 번째 작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주도 NATO가 중국·러시아를 억제하기 위한 사이버 방위 영역의 체스판에 한국을 끌어들였다"며 "나토는 사이버 방위를 한반도, 동북아시아,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확대함으로써 지정학적 문제에서 서방 세력의 간섭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눈치를 봤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적 가치 수호를 강조하며 역내 역할 확대를 공언해왔다.
이에 따라 윤 정부는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의 역외 동맹과도 접촉면을 넓혀갈 가능성이 높다. 유럽 동맹과 아시아 동맹의 결속력을 강화시켜 중국·러시아를 압박하려는 미국 구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롭 바우어 NATO 군사위원장은 지난 4월 한국을 찾아 "NATO와 한국은 평화, 민주주의, 인권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NATO는 한국과 국방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을 매우 중시한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의 각종 협력체 구축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 조야에선 IPEF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IPEF가 '역내 경제 협력체' 역할을 하려면 무역 촉진을 목표로 관세 인하 등의 인센티브 조치들을 마련한 뒤 출범했어야 하지만, 관련 조치 없이 디지털 경제·공급망 등을 강조한 것은 '정치적 의미'만 부각시킬 뿐이라는 주장이다.
문 교수는 중국 측이 IPEF와 NATO 간 연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판 NATO 구축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