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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집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120년 '금단의 땅' 용산공원 개방하던 날


입력 2022.06.11 06:28 수정 2022.06.13 16:14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윤석열 정부, 용산시대 맞아 120년 만에 일반 국민에게 공개키로

하루 2500명씩 19일까지 '시범 개방'…이미 13일까지 예약 마감

방문객 "120년 만에 공개해 기대되고 첫 구경 의미…오염물질 걱정되지만 괜찮을 것"

"위험한 거 없어 보이는데 검색대까지…입장 시스템 불편, 특히 노인들 힘들어"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용산공원 부지가 일반 국민에게 시범 개방된 10일 시민들이 서울 용산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금단의 땅' 용산공원이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정부는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한 용산공원 일부 부지를 10일부터 오는 19일까지 하루 2500명씩 시민들에게 시범 개방한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일제강점기와 미군 주둔기를 거친 지난 118년 동안, 정작 우리 국민들은 접근할 수 없었던 땅을 윤석열 정부가 용산시대 출범에 맞아 국민들에게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시범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다만 첫 입장은 10일 오전 11시, 마지막 입장은 19일 오후 1시로 정해졌다. 시범 개방 부지는 신용산역에서 시작해 장군 숙소와 대통령실 남측 구역, 스포츠필드(국립중앙박물관 북측)를 지나는 직선거리 약1.1㎞의 대규모 공간이다. 용산공원 입장도 청와대 개방과 같이 온라인 신청을 받고 있는데, 정부는 10일 오전 9시 기준으로 13일까지는 예약이 꽉 찼고 14일 예약률은 84%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인근 용산공원 출입문 앞에서는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의장대의 화려한 공연과 함께 입장이 시작됐다.


서울 이문동에서 온 박모(84)씨는 "궁금하기보다 공개되지 않은 곳을 처음 구경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왔다"며 "손자가 청와대 관람도 첫날로 신청해주고, 용산공원 방문도 신청해줬다"고 자랑했다. 박 씨는 "들어오면서 지난 50년대 미국 집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고 전했다.


강남에서 온 석모(79)씨는 "오후 두시에 예약을 받는다기에 계속 클릭해서 예약했다"며 "친한 동생과 같이 왔다"며 "집무실도 바로 앞이니 이 곳에 대통령 사저를 지어서 여기 살라고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이 온 이모(68)씨는 "청와대 관람 때는 그냥 들어갔는데 여기는 경비가 삼엄했다"며 "청와대보다 볼거리가 적고 잔디밖에 없지만, 들어오니 너무 좋다"고 밝혔다.


당초 용산공원은 시민 개방에 앞서 개방 부지 내 토양 오염에 대한 우려가 작지 않았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방문한 60대 황모씨는 "120년 만에 공개되는 공간이라서 그 자체가 궁금해서 왔다"며 "미군들이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특히 궁금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염물질 걱정은 되지만 오염물질이 여기에만 머무는 것도 아니고 확산하는 건데, 정말 해로웠으면 주변 사람들 다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0대 이모씨는 "예전에 말만 들었지 어떤 곳인지 잘 몰라 궁금해서 왔다"며 "실제로 오니까 전에 청와대 개방이랑 차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유해 물질 걱정도 됐지만 한번 가봐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 왔다"며 "집무실을 보러 간다. 내가 뽑은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이 용산공원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있다. ⓒ데일리안

한편 이날 방문객은 QR코드로 입장 등록을 한 뒤 검색대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삼엄한 경비가 청와대 입장과는 달라 불편을 토로하는 방문객들도 많았다.


50대 강모씨는 "집사람 친구들이 놀러 가자고 해서 따라왔다"며 "특별히 위험한 것도 없는 공원인데 시스템이 오래 걸렸다. QR찍고 검사도 받아야 하고 가방도 다 확인해야 해서 복잡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오염물질이 오래갈 것이니까 잘 처리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며 "사람들이 살았던 공간이니까 몸에 이상이 생길 정도는 아니겠지만 땅에 많이 묻혀있다고 하니 잘 관리해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동작구에서 부부동반으로 놀러 온 정선모(84)씨는 "입장 과정이 복잡해서 노인들한테는 힘들었다. 청와대는 한 명만 바코드를 보여줘도 일행이 다 들어갈 수 있었는데 여기는 한명 한명 다 확인하고 들여보내줬다"며 "아무래도 여기는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앞이고 청와대는 빈 공간이라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어디서 일하나 궁금했기에 대통령 집무실 앞뜰에 구경하러 갈 것이다. 손주가 신청해줘서 들어왔는데, 너무 좋다"며 연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시범개방에서는 대통령집무실 앞뜰도 일반 국민에게 열린다. 앞뜰에 전시된 헬기와 특수차량 등 대통령 경호 장비 등을 볼 수 있으며 15분 단위로 40명씩 입장할 수 있다. 입장 신청은 야구장 인근 접수처에서 받고 있다. 정부는 용산공원 곳곳에 '경청 우체통'을 비치해 용산공원 조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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