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선재·냉연공장 7시부터 가동 중단…현대·동국도 출하 차질
현대차·기아 이번주도 '로드탁송' 불가피…부산항 반출입량 평상시 18%로 급감
정부-화물연대의 4차 교섭이 '마라톤 회의' 끝에 결렬되면서 총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제품 운송 차질로 포스코 등은 13일 오전부터 사업장 가동 중단에 돌입했고, 현대차·기아는 이번주에도 '로드 탁송'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20% 수준으로 급감해 '부산 패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 7일째인 이날 철강, 타이어, 석유화학업계를 중심으로 생산 중단, 납품 지연 등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날 오전 7시부터 포항제철소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 7일 화물연대 파업 이후 육송 출하가 전면중단되면서 제철소에 쌓인 제품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선재 공장은 1공장부터 4공장까지 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제품 창고가 부족해 제철소 내 주차장, 도로까지 제품을 야적하는 상황이다.
냉연공장은 가전, 고급 건자재용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2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에 따라 선재 제품은 하루 평균 7500t, 냉연 제품은 4500t 등 총 1만2000t 규모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포스코는 현재까지 11만t의 제품 출하가 중단된 상황으로, 화물연대 사태가 지속될 경우 선재·냉연에 이어 열연·후판 공장 가동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최악의 경우, 용광로(고로)도 세워야 한다.
현대제철도 하루 4만t의 출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출하가 중단된 상태여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포스코처럼 설비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화물연대 파업 이후 긴급 물량 위주로 부분 출하만 실시하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파업이 며칠 더 지속되면 원료공급 및 출하 차질로 생산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어업계도 지속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은 파업 첫날부터 평균 출하량의 절반만 내보내고 있다. 대전공장은 파업 첫날인 7일 출하를 전혀 하지 못했고 이튿날인 8일부터는 평소 물량의 30%만 출하하고 있다. 이번주 역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금호타이어는 평택·광주·곡성 등 국내 공장 3곳에서 아예 출하를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공장 일부 생산라인이 전날인 8일 오후부터 현재까지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울산공장에 부품을 이송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운송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현대차·기아는 전국의 국내사업본부 소속 직원들을 울산공장에 파견해 완성차를 공장 밖으로 빼냈다. 주말에는 현대글로비스 직원들이 투입됐다. 이른바 '로드탁송'으로, 정부와 화물연대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번주도 직원들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는 공장에서 완성차를 만든 뒤 출하를 위한 외부 출고센터 적치장으로 빼내는 탁송 작업이 이뤄져야 완성차를 지속해서 생산할 수 있다. 공장 내부 공간이 제한적이어서다.
화물연대 소속 탁송 기사가 운행을 거부하자 현대차는 직원들을 투입해 100km 떨어진 출고센터로 이동시켰다. 로드 탁송으로 추가된 주행거리는 보증 기간을 2000km 연장해주고 있다.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운송 거부 행위가 장기화될수록 완성차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며 그만큼 출고기간도 늘어나게 될 것"고 말했다.
파업 기간이 늘어나자 자동차업계는 TF를 구성해 일일 점검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TF에는 현대차·기아, 한국GM, 쌍용차, 르노코리아 등 5개 완성차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현대기아협력회등 부품업계로 구성돼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날부터 화물연대 파업 관련 TF를 가동하고 "완성차와 부품 수급 상황을 일일 점검하고, 생산이나 수출 차질 등 현장 피해 상황과 애로를 파악하는 한편 대정부 건의 사항을 발굴해 건의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유화학업계도 울산, 여수, 서산 등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물류 차질이 심화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긴급 물량에 한해 겨우 제품을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장 가동 중단까지는 아니나 여수산단 등 각 단지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석화업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제품 운송에 차질을 빚어지면서 하루 평균 출하량이 평소(7만4000t)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피해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내 주요 항만 수출입 물류도 화물 반출입량이 평상시의 20%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부산항 일일 반출입량은 12일 오후 5시 기준 3195TEU(20피트 컨테이너 크기)로 평상시 대비 18%로 떨어졌다.
부산항은 국내 전체 물동량의 76%를 차지하고 있어 부산항이 마비될 경우 기업 수출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국토부는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장치율은 평소 수준이나 부산항, 울산항 등 일부 항만에서 국지적으로 운송방해행위가 있어 평상시 보다 반출입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글로벌 선사들은 화물을 싣고 나르지 못하니 부산항을 패싱하려 들 것"이라며 "하루 빨리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광양항, 울산항, 군산항, 대산항, 포항항 등은 전날 화물 반입·반출량이 '0'을 기록했다. 특히 광양항은 하루 평균 4034TEU의 컨테이너의 처리가 가능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파업 이후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13일 오전까지 160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수입 55건, 수출 105건이다.
수입 부문은 원자재 조달 차질 25건, 생산 중단 15건, 물류비 증가 15건 등이었고, 수출 부문은 납품 지연 40건, 위약금 발생 35건, 선박 선적 차질 30건 등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