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까지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본방 사수를 위해 사람들의 귀가를 재촉하면서 ‘귀가 시계’로 불렸던, 최고 시청률 64.5%의 90년대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가 뮤지컬 무대에서 다시 관객들을 찾았다. 앞서 2017년 초연한 이후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지만, 다시 ‘초연’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작품은 완전히 새로운 옷을 입고 돌아왔다.
지난달 31일부터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모래시계’는 큰 줄기인 동명의 원작 드라마의 스토리를 가져왔지만, 배우와 대본, 넘버 그리고 작품의 분위기까지 완전히 바꿔놓았다. 새롭게 돌아온 ‘모래시계’는 과거의 격변기를 헤쳐 나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으며 현재의 격변기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메시지를 건넨다.
24부작 드라마를 160분에 압축시킨 작품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유명 원작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었다. 이번 시즌에선 극중 등장인물인 태수, 우석, 혜린, 세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드라마에서 혜린을 지켜주며 큰 사랑을 받았던 재희(이정재 분) 캐릭터는 뮤지컬에선 과감히 삭제됐다. 세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면서 혜린이 누군가에게 지켜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함이었다.
대신 시대의 기록자가 될 영진 캐릭터에 힘을 실었다. 드라마에서 이승연이 연기한 기자 캐릭터로 실제 캐릭터와는 차별을 두면서, 후반부에 혜린과 영진이 협력하는 장면을 추가했다.
이런 변화들 덕분에 혜린이 솔로 넘버 ‘모래시계’에서 폭발적인 감정을 쏟아낼 때 고현정이 연기했던 혜린은 완전히 잊힌다. ‘나 떨고 있니?’라는 명대사는 없어도 ‘우석의 편지’ 넘버 등을 통해 우석과 태수의 우정도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작품이 건네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명확하다. 작은 모래알들이 조금씩 움직여 모두 아래로 떨어지면 모래시계를 뒤집는 순간이 오듯, 무기력해 보이는 개개인의 노력이 모이면 세상을 뒤집어엎는 때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품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삼청교육대, 보도지침, 슬롯머신 비리 사건 등을 배경으로 검사 우석과 카지노 업체 후계자 혜린, 정치깡패 태수의 고민을 그려냈다. 제각기 부끄러운 비밀과 상처를 안고 있는 주인공들에게 초점을 맞춘 서사가 극에 매력을 더한다.
특히 작품의 후반 혜린이 기자인 영진에게 “자, 이제 네 차례야”라는 대사를 던지는데, 이는 곧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관객들 역시 보이지 않는 모래시계를 넘겨 받은 듯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태수 역엔 민우혁·온주완·조형균, 우석 역엔 최재웅·송원근·남우현, 혜린 역엔 박혜나·유리아·나하나, 종도 역엔 이율·임정모·영진 역엔 송문선·김수연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공연은 8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