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일대 최초 발원지로 지목
'과학적 근거'는 항체검사가 유일
'무증상 감염' 등 고려하면
'정치적 판단'일 가능성
열악한 보건의료 체계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자 통계조차 발표하지 못하는 북한이 역학조사를 마쳤다며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를 발원지로 꼽았다. 해당 지역은 금강산 일대로 남측의 강원도 고성군과 인접해 있는 지역이다.
북측은 바이러스 최초 유입 경로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다만 남측 접경지역을 코로나19 최초 발원지로 꼽으며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색다른 물건을 각성있게 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실상 대북전단 등을 통해 남측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지난 4월 하순부터 우리나라에서 급속히 전파된 악성비루스(바이러스)의 유입경로 조사 결과를 지난달 30일 밝혔다"고 전했다.
조사에 따르면, 4월 중순경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 지역에서 평양으로 올라오던 여러 명의 인원에게서 발열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 속에서 유열자들이 급증한 문제와 이포리 지역에서 처음으로 유열자들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문제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4월 중순까지 이 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역과 단위들에서 나타난 유열자들은 기타 질병이 발열 원인"이라며 "집단유열자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강군 이포리가 악성 전염병의 최초 발생지역이라는 과학적인 결론에 도달했다"고 부연했다.
북측이 '과학적 결론'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이포리 거주민에 대한 코로나19 항체 검사 결과가 유일하다.
통신은 "4월 초 이포리에서 군인 김모(18살)와 유치원생 위모(5살)가 병영과 주민지 주변 야산에서 색다른 물건과 접촉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들에게서 악성비루스 감염증의 초기 증상으로 볼 수 있는 임상적 특징들이 나타나고 신형코로나비루스 항체검사에서도 양성으로 판정되었으므로 악성비루스의 감염원인에 대하여 명백한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증상 전파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최초 확진자 규명은 북한 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통신은 "금강군 이포리에 유입된 악성비루스가 전국각지에 동시다발적으로 전파된 경위도 분석됐다"고 전했지만, 구체적 전파경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남측에 책임 전가하며
대남 공세 벌일 가능성"
보도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풍선 등을 통해 남측에서 유입될 수 있는 '색다른 물건'을 엄격히 수거·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통신은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분계연선지역과 국경지역들에서 바람을 비롯한 기상현상과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색다른 물건들을 각성있게 대하고 출처를 철저히 해명하며 발견 즉시 통보하는 전인민적인 감시·신고 체계를 강화하고 비상방역대들에서 엄격히 수거·처리하는 등 방역학적 대책들을 더욱 강화할 데 대한 비상지시를 발령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위기를 정치화해 기회로 활용하는 방식일 수 있다"며 선전선동에 능한 리선권 통일전선부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확산 원인이 남측에 있다고 주장하며 대남 공세를 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홍 실장은 "오미크론 확산 원인으로 남측을 지목하고 공세적 대남 전술을 펼칠 공산이 있다"며 "향후 이를 빌미로 남북 간 합의파기, 대남 공세적 비난담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근원으로 남측 유입물을 지목해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남측을 직접 거명한 비판이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