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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아서원 연설' 언급…非이재명 후보군, DJ·YS처럼 힘합치나


입력 2022.07.26 01:30 수정 2022.07.25 23:0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79년 신민당 전대 때 '이철승 대세론'

엎으려…DJ, '아서원'에서 YS 지지

朴 "예비경선 전에 단일화 취지에

공감 후보 모여서 공동입장 밝히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박용진 의원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혁신 실행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전당대회와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권주자인 박용진 의원이 비(非)이재명계 '혁신 후보군'의 단일화 전망과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서원 연설'을 언급했다. 정권이 원하는 야당 당권주자에 맞서 힘을 합해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냈던 양김 씨처럼 컷오프 이후 혁신 후보 간의 상호 지지를 시사한 발언이라, 전당대회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박용진 의원은 25일 민주당 혁신 실행 방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현장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일화 전망과 관련해 "권노갑 상임고문이 DJ(김대중 전 대통령) 본인이 당대표 출마가 어려웠을 때 독재정권과 맞서싸울 당대표 후보로 YS를 지지했던 '아서원 연설' 얘기를 해주더라"며 "경쟁자였던 YS를 적극적으로 밀어 전당대회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말씀을 하더라"고 전했다.


권 고문이 박 의원에게 해줬다는 '아서원 연설'은 1979년 5·30 신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었던 일이다. 엄혹했던 유신정권 말기 제1야당 신민당의 당권을 놓고 김영삼 의원(YS)과 이철승 의원이 경쟁하고 있었다. 집권 세력은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는 게 야당을 다루기 쉬울 것으로 보고, 차지철 경호실장을 통해 이 의원에게 자금을 건네는 등 물밑지원을 하고 있어 판세는 YS에게 불리했다.


전당대회 전날 YS가 계보 의원들과 함께 을지로4가 중식당 '아서원'에서 필승다짐 전진대회를 하고 있는데, 예고 없이 DJ가 나타났다. DJ는 현장에서 "박정희정권 뿐만 아니라 이철승의 당권파로부터 온갖 박해를 받고 있는 김영삼 동지가 이번 경선에서 당선되는 게 신민당을 살리는 길"이라며 "나는 김영삼 동지를 지지한다"고 연설했다.


보도관제(報道管制)로 다음날 신문에 DJ의 실명은 실리지 못했으나 '유력 재야인사의 김영삼 지지 선언으로 예측불허의 새 판도 형성'이라는 기사를 보고, 신민당 대의원들은 DJ가 YS 지지 선언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때문에 '이철승 대세론'이 엎어지면서 1차 투표에서 이 의원이 과반 획득에 실패했고, 결선투표에서 끝내 YS가 역전승을 해 신민당 대표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용진 의원은 "예비경선 이전에 단일화의 기본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만이라도 국민과 당원 앞에서 (단일화 지지 의사를) 밝히자"며 "예비경선 이전에 (단일화가) 가능하겠느냐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 단일화를 (당장) 하자는 게 아니라 본경선 (진출) 3인 중에 혁신단일후보 (지지)에 공감하는 분이라면 지금 뜻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를 국민과 당원 앞에 분명히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설훈 "집권여당은 '어대명' 참 좋을 것
국힘 입장선 이재명 대표 '꽃놀이패'"
전대 구도마저 79년 당시와 '오버랩'
26~27일 중 '공동입장 발표' 가능할까


박 의원의 제안은 예비경선 이전에 '혁신단일화 지지'의 의사표시만 혁신 후보들이 모여서 함께 공동입장 형식으로 밝히고, 오는 28일에 예비경선이 시행되면 공동입장을 냈던 후보군들이 컷오프를 통과한 혁신단일후보에게로 전폭적인 지지를 몰아주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1979년 5·30 신민당 전당대회 때 DJ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수감됐다가 형집행정지로 풀려난지 얼마 안돼 직접 전당대회에 나설 수가 없는 처지였다. 그런 DJ가 경쟁자였던 YS를 전폭 지지해 '이철승 대세론'을 뒤엎었듯이, 컷오프로 본경선에 나서지 못하게 된 혁신 후보들이 한데 힘을 모아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구도를 흔들어보자는 전략으로 보인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 정권이 제1야당 차기 당대표로 이재명 의원을 바라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 또한 1979년 5·30 신민당 전당대회 당시 유신정권이 야당대표로 이철승 의원을 원하던 국면과 '오버랩' 된다는 분석이다.


설훈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집권여당 국민의힘에서 '어대명'으로 가는 게 좋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며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됐을 때는 자신들이 놓을 수 있는 패가 많아지는 셈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바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지금 수사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에서 (혐의를) 대부분 다 파악을 했으리라 생각한다"며 "바둑에서 '꽃놀이패'라는 게 있는데 집권여당 입장에서는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는 게 참 좋은 입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8·28 전당대회 예비경선은 오는 28일 실시된다. 컷오프까지 시한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26~27일 중 과연 혁신 후보군 간의 공동입장 조율 및 발표가 가능할 것인지, 또 이같은 일이 현실화하면 전당대회 당권경쟁에는 어떠한 새로운 판도가 형성될 것인지 주목된다는 관측이다.


박용진 의원은 "'97그룹' 간의 단일화에 관심이 있었는데 행동 반경과 정치 스타일이 많이 달라 쉽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내일이나 모레라도 후보들이 한데 모여서 공동입장을 발표하는 형식은 해볼만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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