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호위무사로 나선 홍준표
'내부총질' 문자 놓고 김종인과 격돌
유승민 향해선 "윤핵관도 짜증나는데"
여권 분열 위기의식·보수 지지세 확보
홍준표 대구시장이 '김종인·유승민·이준석' 등 연일 '반윤(反尹)' 인사들에 대한 저격을 이어가며 윤석열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각각 "점성술사 김종인", "연탄가스 유승민"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는 동시에 '지인 채용', '내부 총질' 논란 등으로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하자, 윤 대통령을 보호하며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양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대표이자 당의 5선 중진 출신으로서 여권 내 분열을 봉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동시에 전통적 보수층의 지지세가 약한 홍 시장이 이번 기회에 자신이 '윤심(尹心)'임을 내세워 TK(대구·경북) 보수층의 지지기반을 다지려고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홍 시장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아직도 별을 보고 점이나 치는 점성술사가 특정인 편을 들어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건진법사'라는 댓글이 달리자, 자신의 글에 댓글을 달아 "건진법사가 아닌데? 그 사람은 언급가치가 없지요"라며 김 전 비대위원장을 직격한 것임을 확실히 했다.
이어 "정치는 개인적인 친소관계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보고 해야 하는데 개인적인 인연에 얽매여 아직도 정치권 주변을 서성대는 것은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공개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겸 원내대표의 이른바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 논란을 비판했다. 반면 이준석 당대표에 대해선 "이 대표가 대선 당시 아주 열심히 한 것은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껴안지 않았으면 선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홍 시장은 전날에도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대표'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대통령도 사람", "당대표가 화합적 리더쉽으로 당을 이끌지 않고 계속 내부 불화만 야기시키는 것을 보고 어찌 속내를 계속 감출수가 있겠는가"라며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 '시장님 윤석열 편 너무 드시는 것 같습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지금은 윤 대통령을 도와줄 때"라고 재차 강조했다.
홍 시장은 '대깨준(대가리가 깨져도 이준석)'이 이 대표를 돕지 않는다며 홍 시장을 저격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직 세상 이치를 깨닫지 못해 그런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홍 시장이 윤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7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면 보수지, 무슨 개혁적 보수가 있고 반개혁적 보수가 있나"라며 "갓 출범한 윤석열 정권이 갈팡질팡하면 도와줄 생각을 해야지, 또 개혁적 보수를 내세워 박근혜 정권 데자뷔를 만들려 하나"라고 유승민 전 의원을 직격했다.
이어 "개혁적 보수 내세워 박근혜 정권 탄핵하고 문재인 정권 세운 게 개혁적 보수였나"라며 "그래가지고 5년 동안 이 나라가 어떻게 됐나"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북콘서트 등을 통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을 보면 조폭 같다", "윤석열 캠프에 있었던 몇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해법으로는 경제위기 대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윤핵관'들의 행태도 짜증나는 무더운 여름날인데, 또다시 개혁적 보수를 내세우며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도대체 적군인가 아군인가"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날인 18일에는 "윤석열 정부 들어오자마자 지금 똑같이 연탄가스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슨 말이 적절할까"라며 "앞장서서 도와줄 수 없다면 가만히 지켜보기나 하는 게 같은 당 사람의 도리가 아닌가"라고 했다. 홍 시장은 자유한국당 대표이던 2017년 12월 24일에도 자신과 대척점에 선 친박(박근혜)계 정치인들을 향해 '연탄가스 정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홍 시장이 연일 윤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여권 내 끊임 없이 하락하는 지지율과 당의 혼란에 위기 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윤심을 바탕으로 보수 지지세를 확보하며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더욱 확실히 하려는 의도라는 의견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홍준표 시장은 대선 경선에서 보수층의 지지를 받지 못해 떨어졌다"며 "홍 시장은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김종인·유승민'등을 비판하면서 TK 핵심 보수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가 붕괴될 위기에 처한 지금이 시기적으로 적기"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홍 시장은 지금 보수진영의 중진 어른으로서 당의 분열에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안정돼야 집권여당의 안정도 따라오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