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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2차 가해, 이예람 죽음으로 내몰아…'수사 무마 의혹' 끝내 못 밝혀


입력 2022.09.14 05:24 수정 2022.09.14 22:23        양창욱 기자 (wook1410@dailian.co.kr)

특검,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하지 않고 2차 가해 혐의 '직속 상사들' 기소

비난 여론 높아지자 “피해자 부부 사이 문제로 극단적 선택” 자료 배포한 '공군'

2차 가해 정황 확인하고 피해자 심리 상태 악화된 것 알고도 휴가 핑계로 조사 미뤄

‘전익수 녹취록’ 위조로 드러나…전익수의 가해자 불구속 수사 지휘 의혹 끝내 밝히지 못해

故 이예람 중사.ⓒ연합뉴스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을 수사해온 안미영(56·사법연수원 25기) 특별검사가 13일 전익수(52·준장) 공군 법무실장 등 군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기며 10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특검 수사의 결정적 계기였던 군 지휘라인의 수사 무마 의혹을 끝내 밝히지 못하면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특검팀은 공군본부 전익수 법무실장(52·준장) 등 장교 5명, 군무원 1명, 가해자 장모(25) 중사 등 총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른바 '전익수 녹취록'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35) 변호사까지 포함하면 사법처리 대상자는 모두 8명이다.


특검팀은 특히, 이 중사 사망 전까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고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성추행 가해자 장 중사를 포함해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직속 상사 3명을 기소했다. 국방부 검찰단 수사에서 기소되지 않은 사건 관련자들까지 찾아 재판에 넘긴 것이다.


특검팀은 생전 이 중사가 근무한 공군 20전투비행단 김모(44) 대대장(영관급)과 김모(29) 중대장(위관급)이 '가해자·피해자 분리 원칙'을 뭉개고 근거 없는 비방으로 이 중사에게 2차 가해를 했다고 봤다.


성추행 가해자인 장모(25) 중사의 명예훼손 혐의도 새롭게 밝혀졌다. 그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직후부터 '나는 성추행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 중사가 자신을 고소했다'며 부대 내 다른 군인들에게 허위사실을 퍼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본부 공보담당 장교였던 정모(45) 씨는 이 중사 사망 후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피해자는 부부 사이 문제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3명의 기자에게 수사 자료를 넘겨주기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그러나 심리 부검 결과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남편과의 불화 때문이 아니라 성추행과 2차 가해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전에 없던 자살위험이 강제추행 이후 급격히 고위험군에 이르렀고, 15비행단 전입 뒤 증상을 악화시키는 2차 가해를 겪고 좌절감과 무력감이 심해져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고 봤다.


특검팀은 이 중사 휴대전화 기록이나 남편과의 대화가 담긴 차량 블랙박스 등을 분석한 결과 두 사람이 이 중사 사망 당일까지도 친밀한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공군의 부실 수사 의혹도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사건 당시 20비행단 군 검사였던 박모(29) 법무관(위관급)은 지난해 4월 이 중사 사건을 송치 받은 뒤, 이 중사를 상대로 2차 가해가 벌어지는 정황을 확인하고, 그의 심리 상태가 악화한 상황을 알고도 휴가 등을 핑계로 조사 일정을 미뤄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상급자인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장이 수사 지연 이유를 보고하라고 하자 이 중사가 조사 연기를 요청한 것처럼 허위보고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공군 차원의 수사에 한계를 느껴 시작된 국방부 수사에서도 곳곳에서 허점이 나타났다. 가해자 장 중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던 6월 2일 국방부 군사법원 군무원 양모(49) 씨는 전익수 실장에게 심문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적 사항과 심문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피의자 중 유일한 장성급으로 기소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전익수 실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등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전 실장은 자신에게 성추행 가해자의 영장 심사 내용을 전달한 군무원 양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담당 군 검사에게 전화해 자신이 양씨에게 범행을 지시했다고 기재한 영장 범죄 사실이 잘못됐다고 따지며 계급·지위를 앞세워 위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전 실장이 장 중사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은 끝내 밝히지 못했다. 의혹의 핵심 근거가 된 이른바 '전익수 녹취록'이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검은 그 책임을 물어 군인권센터에 녹취록을 제보한 김모(35) 변호사를 증거위조·사문서위조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김 변호사가) 공군 법무관 시절 받은 징계로 전 실장에게 사적 앙심을 품은 게 범행의 동기"라고 설명했다.

양창욱 기자 (wook14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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