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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이 XX들"은 어디? "쪽팔린" 것은 누구?…한덕수 답변에 담긴 의미


입력 2022.09.23 01:49 수정 2022.09.23 01:5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美, 문제로 생각 않을 것"라면서도

"사과 권유 필요하면 하겠다"…왜?

'외교참사'는 아니지만 '야당모멸'

짐작하면서도 공식적으론 설명 못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이 XX들'은 어디를 가리킨 것이며, '쪽팔리다'의 주체는 누구일까. 대정부질문 마지막날 4일차 질문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미 의회를 겨냥했다는 것을 전제로 '외교참사'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한 반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해당 발언의 맥락이나 의미가 아직 분명치 않다는 전제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4일차 사회·문화 분야 질문에서 동영상을 상영하며 질문을 시작했다. 동영상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 회의장을 나서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떻게 하느냐"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김원이 의원은 "다른 자리도 아니고 미국 대통령과의 공식 행사장에서 미국 국회는 '이 XX'로, 미국 대통령은 '쪽팔려' 한 방으로 보내버렸다"며 "현장에 있던 기자들 카메라에 녹화가 됐는데, 그게 숨겨지겠느냐"고 다그쳤다.


반면 한덕수 총리는 "얘기는 들었지만 어떤 상황에서 저런 말을 했는지 명확히 여기서 단정할 수는 없다"며 "그 얘기가 통역이 돼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들어갔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한 총리의 반론은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한 두 갈래의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그 의미를 심도 있게 분석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펀드 60억 달러 출자 재정 공약을) 국회에서 (미국 의회)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떻게 하느냐"고 말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김 의원이 "미국 국회는 '이 XX'로, 미국 대통령은 '쪽팔려'로"라고 규정한 것은 이러한 해석을 전제로 깔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이 "(나도 1억 달러 출자 재정 공약을 했는데) 국회에서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한테) 쪽팔려서 어떻게 하느냐"고 말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후 상황을 보면 이날 행사는 '글로벌펀드 재정공약'이라는 제목 그대로 각국이 범세계적인 감염병 퇴치를 위해 얼마씩 출자해서 기금을 모을 것인지를 공약하는 행사였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무려 60억 달러를 출자하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억 달러 출자를 약속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48초간 스탠딩 환담을 한 뒤,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할 때 곁에 서서 대화를 들었던 박진 장관을 두리번 거리면서 찾는다. 그러면서 박 장관에게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이다.


직전의 48초 환담 중에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1억 달러 출자 약속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면, 윤 대통령으로서는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순방 출국 직전에 영빈관 신축을 위한 878억 원 예산도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의 문제제기에 황급히 거둬들이고 나왔기 때문이다.


1억 달러는 약 1400억 원으로 영빈관 예산의 2배 가까이 된다. 윤 대통령이 의원입각 중인 박 장관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60분의 1에 불과한 재정공약도 국회에서 예산안 승인이 나지 않으면 바이든 대통령 보기 '쪽팔려서' 어떻게 하느냐는 한탄을 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이 XX'라고 지칭된 대상이 주류 해석처럼 미국 의회였다면 윤 대통령도 '국회'가 아닌 '의회'라고 했을 것"이라며 "국회라고 말한 것 자체가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비속어 논란'을 한덕수 총리가 이렇게 공식적으로 해명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쪽팔리다'의 주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윤 대통령 자기자신이 되는 넋두리이기 때문에 외교적인 논란은 비껴갈 수 있다. 그러나 '이 XX'의 대상이 미 의회가 아닌 것은 좋지만, 원내 다수당인 국회의 민주당을 가리킨 것이라면 그 또한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이 제1야당을 비속어로 폄훼하고 입법부를 모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선우 의원의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도 같은 맥락이다. 의도나 내용, 맥락을 확인해보면 정작 미국은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하고 있다. 다만 그러면서도 사과가 필요할 수 있다는 여지는 닫지 않고 있다. 미국이 아니라면 누구에 대한 사과일까. 의미를 곱씹어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온라인상에서 해당 발언이 영어로 번역돼서 퍼지고 있다"며 "이미 기사화가 됐기 때문에 미국 측에서 알 수밖에 없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한덕수 총리는 "그것이 어떻게 해서 (외교)참사가 될 수 있느냐"며 "사실이라 하더라도 미국 측에서 그렇게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사과 권유가) 필요하다면 하겠다"며 "의도나 내용이 진실이라면 그 때 좀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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