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병’→‘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등
유튜브서 TV 진출하는 콘텐츠들
드라마 ‘신병’, 예능프로그램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등 유튜브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TV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새로운 표현 방식, 접근법 등을 통해 신선함을 주는 유튜브 콘텐츠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이제는 TV 플랫폼이 유튜브 콘텐츠들을 쫓아가기도 하는 것이다.
유튜버 장삐쭈의 웹애니메이션 ‘신병’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신병’이 ENA를 통해 최근 시청자들을 만났었다. 원작자인 장삐쭈도 각본 작업에 참여했던 이 드라마는 원작 특유의 개성, 그리고 날것의 매력을 생동감 넘치게 구현해내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앞서 유튜브 드라마 ‘좋좋소’가 대한민국의 중소기업 현실을 유쾌하면서도 리얼하게 담아내 주목받은 이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왓챠로 진출해 시즌을 이어간 바 있다. 이 외에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웹예능 ‘머니게임’이 유튜브를 통해 흥행한 이후 크리에이터 진용진이 기획 과정에 참여한 ‘피의 게임’이 MBC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현재도 두 편의 유튜브 콘텐츠가 TV로 진출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선씨네마인드’는 범죄심리학자 박지선의 시각으로 영화를 분석하는 콘텐츠로, SBS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호평을 받으면서 방송 정규편성을 확정했다.
방송판에서는 방송인 장도연이 MC로 합류, 안정감을 더한다. 범죄 영화만 다뤘던 유튜브 콘텐츠에서 범위를 넓혀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도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영화를 보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면서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던 ‘지선씨네마인드’가 방송판에서는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증을 유발 중이다.
각종 사고 사례들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또 대처하는 방법을 전하던 ‘한문철TV’도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를 통해 TV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한문철TV’를 진행하는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를 중심으로 방송인 이수근, 가수 규현 등이 블랙박스 영상을 지켜보면서 함께 의견을 나눈다.
방송 프로그램보다 수위가 자유로운 것은 물론, 소규모로 가볍게 제작을 할 수 있는 플랫폼 특성상, 유튜브에서는 다소 도전적인 시도들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곤 한다. 범죄 영화 또는 블랙박스 사고 영상 분석과 같은 콘셉트 역시 TV 플랫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소재였으나,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으면서 이러한 주제가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게 됐던 것.
이를 바탕으로 방송판으로 스케일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주제를 넓히고, MC 등과 같은 전문 인력을 투입해 한층 안정적인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또 시청층이 한정된 유튜브 플랫폼과는 달리, 다양한 시청자들에게 선을 보이면서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시청자들도 이렇듯 플랫폼을 넘나들며 이뤄지는 다양한 시도들 속에 나오는 다채로운 콘텐츠들을 접하며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다만 이것이 방송판의 한계가 될 수 있다는 딜레마도 함께 안고 있다. 유튜브의 수위를 따라가지 못하는가 하면, 이미 한 차례 공개된 콘텐츠를 다시금 선보이게 되는 만큼 확실한 차별화가 이뤄지지 못하면 오히려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의 경우, 유튜브에서는 ‘한문철TV’ 또한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 유사함으로 인한 피로도를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유튜브와 달리, 더욱 다양한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면서 ‘사고 영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잔인하다’, ‘영상을 보며 다수의 연예인들이 리액션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등의 부정적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스핀오프를 유튜브 버전으로 선보이는가 하면, 각종 편집·요약 영상을 선보이는 등 TV 프로그램들도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이미 TV와 유튜브의 경계는 흐릿해진 상황에서 역진출 또한 막을 수는 없는 흐름이라는 것.
그러나 일부 프로그램들은 유튜브 채널들이 풍성함을 위해 본 프로그램의 색깔을 잇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는 등 색다른 흥미를 주기 위한 노력을 함께 동반하고 있다. 단순한 요약, 편집 콘텐츠들만으로는 기존의 시청자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도, 새로운 시청자를 유입하는 것도 이제는 쉽지 않은 상황. 유튜브 콘텐츠가 TV 플랫폼으로 그저 ‘옮겨가기’만 하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이 아닌, 지루함을 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