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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승의 역사 속 장소 이야기②] 이대 앞 전쟁 대비해 준비한 곳이 있다?


입력 2022.10.11 14:01 수정 2022.10.11 11:47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대 앞 평화의 소녀상 공원

요즘은 코로나의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한때 이대 앞 거리는 중국인 관광객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시절도 있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이화여대의 이화(梨花) 중국어 발음이 ‘돈이 불어나다’라는 의미의 ‘리파’(利發)와 비슷하다는 등의 해석부터 이화여대 교정의 아름다운 풍경과 학교 앞 패션 거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학교 정문 앞 공원과 그곳에 자리한 날개 달린 조그마한 평화의 소녀상 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사진 1] 이화여대 앞 거리 (필자 촬영)ⓒ


[사진 2] 이화여대 앞 공원 평화의 소녀상 (필자 촬영)ⓒ


이화여대 앞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공원을 비롯하여 그 일대는 일제강점기 ‘조선시가지계획’이라는 이름 아래 만들어진 곳이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주택단지를 비롯하여 학교와 공원까지 포함한 정비계획을 세우고, 이에 맞춰 도로 등 각종 인프라를 정비하였다. 그때 만들어진 도시 정비 계획이 현재까지 거의 그대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공원은 당시 일제가 계획하고 준비했던 자리에 있다.


[사진 3] 경성시가지계획평면도 (1935 /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이른바 ‘토지구획정리지구’로 분류하여 신도시 건설을 계획한 지역이다.)ⓒ출처 : 서울역사아카이브

이러한 계획은 1934년 조선총독부에서 제정한 ‘시가지계획령’을 기반으로 하였다. 시가지계획령의 목적은 신도시 개발에 있었다. 신도시 개발은 당시 서울 등의 인구 등을 분산 수용하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일제가 추진하고 있던 일본과 조선 그리고 만주를 연결하는 경제블록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었다. 이때 서울을 비롯한 조선의 주요 도시는 일제의 대륙 침략을 위한 거점 도시로 개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진 4] 대현토지구획정리계획평면도와 현재 지도를 H-GIS로 비교한 결과 (필자, 붉은 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공원)ⓒ출처 : 대현토지구획정리계획평면도_서울역사아카이브, 현재지도_NAVER 지도

조선총독부는 일제의 대륙 침략 정책에 따라 신도시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현재 이대 앞의 ‘대현지구’ 역시 이 과정에서 개발이 추진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제는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들과 토지 소유자들이 반발하자, 이들을 강압적으로 내쫓았다. 결국 1939년 한 차례 연기되었던 이른바 신도시 개발 사업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이 진행 중이던 1942년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


이렇게 건설된 신도시는 표면적으로는 공원 등 이른바 근대적 도시계획에 따라 건설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일제의 침략전쟁 의도가 반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공원은 전시에 공습에 대비하여 마련한 것이었다. 지역 주민이 휴식, 여가 등을 위해 공공장소로서 마련된 녹지 혹은 휴양지로 조성된 곳과는 전혀 다른 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진 5] 이화여대 앞 평화의 소녀상 뒤편에 기록된 참여자들 (필자 촬영)ⓒ

어찌 보면 이곳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제대로 세워진 것일 수도 있다. 처음 이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질 적에는 몇 가지 불협화음이 있었다. 하지만 전쟁을 대비했던 곳에 평화를 기리는 파란 날개는 이 평화상을 세운 이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듯하다. 벌써 이 평화의 소녀상이 우리 나이로 9살이다. 곧 10살이 된다. 평화의 소녀상 뒷편에 자리한 많은 대학생도 어느덧 사회에서 다양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뿌린 평화의 파란 날갯짓이 언젠가 이 세상에 거대한 평화의 바람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soothhistory@nah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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