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 입구서 대기하던 학부모들 "나온다" 외치며 눈물 쏟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 번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시험을 마친 수험생 중에는 곧장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았다. 이태원 참사 추모 분위기 속에 가족과 함께 차분하게 저녁 시간을 보내려는 모습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0분께 시험장을 빠져나온 김모(18) 양은 "시원섭섭하면서 좀 허무한 기분인데 우선 집에 가서 부모님과 함께 외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모(18) 군도 "수능이 끝나 그냥 홀가분하다. 일단 집에 가서 실컷 자고 싶다"고 했다. 체대 입시를 준비 중이라는 차모(19) 양은 "집에 가서 잠이나 많이 잘 생각"이라며 웃었다.
시험장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부모와 가족을 발견하고 감정이 차오르는 듯 품에 안겨 눈물을 쏟는 수험생도 있었다. 가족에게 둘러싸여 한참을 울던 하모(18) 양은 "집밥이 가장 먹고 싶다. 집에서 밥 먹고 쉬려고 한다"며 애써 웃어 보였다. 재수생 김지민(20) 양도 "얼른 집에 가서 부모님이랑 같이 술을 마시고 싶다"면서 옆에 있던 아버지와 눈을 마주쳤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회포를 풀며 수능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시험장 밖에서 친구들과 함께 서로 부둥켜안은 채 사진을 찍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같은 시험장에서 수능을 본 재수생 이모(20) 씨와 김모(20) 씨는 "매운 것도 먹고 싶고 맘껏 자고 싶고 술도 마시고 싶지만, 우선 함께 놀이공원에 갈 생각"이라며 주먹인사를 나눴다. 친구와 한참 수다를 떨던 한모(18) 양도 "수험표 할인 혜택을 받아 친구와 영화도 보고 싶고 화장품도 사러 가고 싶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시험 종료 30분 전인 오후 4시 10분부터 시험장 입구로 속속 모여들어 자녀를 기다렸다. 일부는 행여 자녀들과 길이 엇갈릴까 걱정하며 경비실에 출입문이 몇 개 있는지 몇 번이고 되묻기도 했다. 오후 4시 40분께 한 무리의 수험생이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자 학부모들은 "나온다"고 외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아들이 늦은 나이에 수능을 치렀다는 김모(57) 씨는 "아들이 군 제대 후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마음이 많이 쓰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은실(46) 씨도 떨리는 목소리로 "시험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말도 안 하고 왔다"며 "결과야 어떻게 나오든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꽃다발과 커피를 들고 딸을 기다리던 이상호(54) 씨는 "긴장했을 딸을 위해 따뜻한 커피를 준비했다"며 "수고했다고 꽃도 전해주고 고생했다고 격려해 주려 한다"고 말했다. 시험 결과가 맘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거나 한숨을 쉬는 수험생의 어깨를 감싸며 위로하는 학부모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