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보험금 1년새 1.6조 늘어
실손보험료 인상에 불 지피나
손해보험사들이 지급한 보험금이 1년새 1조6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올해 들어 이미 3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여름 불어닥친 태풍, 집중호우와 더불어 심화되고 있는 비급여 의료비 청구 등의 영향이다.
이같은 보험금 확대가 최근 논의되는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의 불씨를 더 키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손보협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10곳의 올해 3분기 누적 원수보험금은 30조54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1조6243억원) 늘었다. 원수보험료 대비 원수보험금 비중도 44.3%로 전년 동기 대비 0.6%p 늘어났다.
원수보험료는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아들인 요금을 말하고, 반대로 원수보험금은 보험 사고로 보험 회사가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말한다.
손보사의 주요 먹거리인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관련 악재가 겹친 탓이다. 지난 여름 태풍 힌남노와 집중호우가 이어지며 자동차보험계약 관련 지급 보험금이 늘어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비 피해로 침수된 차량은 총 1만8289건으로 나타났다. 10대 중 8대는 폐차됐다.
더불어 도수치료나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며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극심했다. 특히 올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대로 예상되고 있다. 손해율은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손해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손보업계에서는 손해율이 통상 80% 정도면 적당하다고 판단한다. 실손보험의 경우 자기부담비율이 낮은 과거 판매 상품의 상품구조상 의료쇼핑 등 과잉진료에 대한 효율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손해율이 높다는 해석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비급여 항목의 지급보험금이 지난해에만 1조40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라면 2026년에는 4조3000억원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실손보험료는 이미 지난 2년 연속 두 자릿 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실손보험 적자로 인해 내년 실손보험료도 10% 이상 인상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 업계와 금융 당국은 보험료 인상률 논의를 시작했으며, 12월 중 시기와 인하폭을 결정할 예정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연평균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13.4%, 지급 보험금 증가율이 16%였다. 이런 상황이 유지될 경우 올해부터 2031년까지 누적 적자는 112조3000억원에 달한다. 손해율을 손익분기점인 100%까지 내리기 위해선 이 기간동안 매년 19.3%씩 보험료를 인상해야하는 셈이다.
보험료 인상이 가시화 된 가운데 보험금 증가가 실손보험료 인상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보험료를 올릴 수 있는 건 실손보험뿐이기 때문이다. 손보업계는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 등 국내 경제상황을 반영해 국민 고통 분담을 이유로 자동차보험료는 내리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시대에 고통분담 등을 감안해 10%대 인상이 예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