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28일 일괄 처리 예고한 '연말 일몰 법안' 놓고 이견
주호영 "민주당, 나라 생각한다면 추가근로제 연장해야"
성일종 "안전운임제 연장 의미 없어…근본적 개혁 필요"
野, 강행처리 예고한 '노란봉투·양곡관리법' 관련 갈등도
지난 24일 가까스로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한 여야가 이번엔 법안 처리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내년부터 효력이 사라지는 일몰 법안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부족한 논의시간과 좁혀지지 않는 시각 차 등으로 인해 연말에 이르러 여야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등장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6일 오후 국회에서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를 소집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안 논의에 돌입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국민건강보험법, 한전법 등과 함께 앞서 여야 원내대표가 내년도 예산안 합의 당시 오는 28일 열릴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명시한 올해 일몰 법안 중 하나다.
이날 논의될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3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을 연장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해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을 2년 연장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일몰제를 폐지한 뒤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에 힘을 싣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지금 30인 미만 업체 중 91%가 원할 경우 8시간 추가연장이 가능한 유연근로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76%는 일몰에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한다"며 "민주당은 다른 법과 연계를 주장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일몰이 연장되지 않아 대란이 일어난다면 전적으로 민주당 책임인 만큼, 정말 1당으로서 나라와 서민경제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일몰 연장 법안을 통과시켜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전국소상공인위원장인 이동주 의원 등이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 연장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 일몰 연장 법안이 통과되기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이유는 환노위 법안소위에 추가연장근로제와 함께 여야 간 갈등이 첨예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도 상정돼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을 세트로 묶어 논의 테이블에 올린 뒤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 여부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날 '노란봉투법'의 통과를 요구하며 민주당 중앙당사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는 등 외부적인 압력이 강해지고 있는 만큼 민주당 내에서 더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금껏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폭력·파괴행위를 한 노조원에 대한 배상책임이 완전히 면제돼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어떻게든 노란봉투법의 통과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환노위 소속인 국민의힘 한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야당 차원에서도 지금 명확하게 정리가 안 된 상황인데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처리할 내용이 아닌 만큼 여당에선 지금 절대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정치적인 의도가 분명한 노란봉투법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과 연계해 강행한다면 우리도 반대를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도 여야 간 대립이 예고되는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화물연대가 당초 정부·여당의 '3년 일몰 연장' 제안을 거부하고 파업에 돌입한 만큼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3년 일몰 연장'을 주장하는 민주당은 지난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안전운임제의 일몰을 3년 연장하는 법안을 단독 처리하며 강대강 대치에 나선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화물차량이 45만대 정도 되는데, 그중 23만대 정도는 번호판을 빌려서 운송을 하게 돼 있는 지입차주들이다. 운송회사들이 차주들에게 면허를 부착해주면서 2000만~3000만원씩 받고 있고, 월 30만~40만 원씩 지입료를 받고 있다"며 "이 구조를 혁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전 일몰제 하나를 연장하는 건 의미가 없는 만큼, 할 생각이 없단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고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근본적 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몰법안은 아니지만 양곡관리법 역시 여야 간 갈등이 예고된 법안으로 꼽힌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 대비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넘게 떨어지면 정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쌀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지속해서 반대하는 입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7대 핵심 추진 과제'로 선정한 만큼 민주당은 지난 10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하면서 강행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 내에서는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양곡관리법이 60일 동안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조항을 활용해 국회의장에게 양곡관리법을 본회의 부의를 요구한 다음 강행 처리할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양곡관리법이 강행처리 과정을 밟을 경우 국민의힘은 정부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 이견이 있는 법안 모두 나라의 미래를 뒤바꿀 수 있는 중요한 내용들인데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건 너무하다"며 "우리도 안 하겠다는게 아니라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야당도 모든 상황을 너무 정치적으로만 보지 말고 현실의 관점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