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중심으로 사실상 러닝메이트 관계
친윤 주류와 각 세우며 '선명성' 강조
비윤 진영 표심 분산 시 안철수에 악재
천하람 출마 직전 긴급 기자회견 개최한 安
이준석계 인사들이 속속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당대표에는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최고위원에는 허은아 의원과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청년최고위원에 이기인 경기도 의회 의원이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사실상 러닝메이트를 맺고 있는 구조다. 소위 '비윤' 지지층의 표심을 이끌어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를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은 친윤 주류 진영과 대립각을 세우며 선명성을 강조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3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연 천하람 위원장은 "지금 주류, 친윤, 윤핵관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박살 내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충성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공당의 주인을 참칭하는 사람들이 결국 가장 큰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앞서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연 허은아 의원도 "줄 세우기와 정치적 폭력에 숨이 막히고 당내 민주적 다양성은 그 힘의 논리에 밟혀 자취를 감췄다"며 "누구라도 나서서, 권력이 아닌 다수 당원의 목소리를 이야기해야만 한다. 소위 '한 줌'으로 치부되는 사람들의 용기를 함께 일으켜 세우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
천 위원장과 허 의원의 기자회견은 하태경·허웅 의원이 각각 주선하는 등 비윤 진영 인사들이 움직였다. 또한 허 의원의 출마 선언 자리에는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가 배석하며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허 의원은 앞서 "김용태 후보와 함께할 것"이라며 연대를 공식화한 바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원 한 사람당 당대표 선거 1표, 최고위원 선거 2표, 청년최고위원선거 1표를 각각 행사할 수 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허 의원은 과일행상을 하는 부모님 아래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항공사 승무원이 되기 위한 꿈을 이뤘고 다시 공부를 하여 창업을 했고 교수가 됐다"며 "용기 있는 도전이 가치 있는 도전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고 적었다. 이에 앞서서는 "선거는 차선이나 차악이 아닌 최선을 뽑는 것"이라며 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계'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 주목하고 있다. 대표 시절 당원 모집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당내 유승민 전 의원 지지층이 더해지면 적지 않은 숫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은 좋아하지만, 당내 주류 세력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당원들의 표심도 공략 대상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고, 유 전 의원도 움직이게 되면 (비윤 진영) 표심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 개인이 역량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따라 컷오프 통과는 물론이고, 쉽진 않겠지만 (당대표 선거) 결선까지 바라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준석계의 부상은 비윤 진영 표심 분산으로 안철수 의원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는 안 의원의 지지율은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지지층을 흡수하며 수직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 같은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가 당내 친분과 세력을 과시하는 경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경쟁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는데, 시각이 공교롭게도 천 위원장이 출마 선언을 예고한 오전 11시에서 10분 전인 10시 50분이었다. 안 의원이 이준석계를 경계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비슷한 시각에 잡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