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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에 마음 연 나경원, 사실상 '지지선언'


입력 2023.02.08 00:15 수정 2023.02.08 06:52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공식적 지지선언 나오기 힘들 듯

당 규정상 당협위원장은 선거운동 불가

친윤계, 김-나 회동 일제히 환영

'김나연대'로 전대 판세 뒤집히나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7일 김기현 당 대표 후보와 세 번째 만남을 갖고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나 전 대표가 '공식적인 지지 선언'의 뜻을 밝히진 않았지만, 당협위원장 신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지 표현'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와 나 전 대표는 이날 정오부터 2시간가량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오찬을 했다. 지난달 25일 나 전 대표 당대표 불출마 선언 이후 세 번째 만남이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3일 나 전 대표 서울 용산구 자택을 방문했고, 5일에는 강원도 강릉을 찾아 가족 여행 중인 나 전 대표를 만났다.


나 전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당의 모습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분열의 전당대회가 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다"며 "우리가 참 어렵게 세운 정권인데, 우리가 생각해야할 건 윤석열 정권의 성공적인 국정운영과 내년 총선 승리"라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와) 오늘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 당에 대한 애당심, 충심에 대해 충분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인식을 공유했다"고 했다.


김 후보도 "20년 세월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보수 우파 정당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앞으로 보수 우파 가치를 더 잘 실현해서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 더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압승을 위해 나 전 대표님과 많은 의견을 나누고 자문을 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나 전 대표는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공식적인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현재 나 전 대표는 서울 동작을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특정 후보에 대해 지지선언을 할 수 없다. 국민의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규정' 제34조에 따르면 △당원이 아닌 자 △선관위 위원 △후보자가 아닌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중앙당 및 시도당 사무처 당직자 등은 전당대회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김 후보는 '오늘 회동을 나 전 대표가 김 후보를 지지선언 하는 것으로 보면 되냐'는 기자들 질문에 "함께 앞으로 많은 논의를 하겠다고 하는 의미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여러 차례 말했지만 나 전 대표의 우리 당에 대한 애정과 윤석열 정부 성공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같이 공조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하다"고 했다.


이후 YTN 뉴스Q와 인터뷰에서는 "사실상 (나 전 대표의) 지지 선언(이라고 한다면) 그러면 그게 팩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회동 이후 각각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 후보는 "오늘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나 전 대표는 다시 한번 '애당심'을 강조했다. 그는 김 후보와 같이 찍힌 사진과 함께 "무한한 애당심"이라고 짧게 글을 올렸다.


나 전 대표를 돕던 인사들도 김기현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대표 전대 출마를 도왔던 김민수 전 경기 분당을 당협위원장은 김 후보 대변인직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나 전 대표를 의원시절부터 보좌하던 보좌관도 캠프 합류를 고려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정치권에서는 '김기현-나경원' 연대 이후 지지율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나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 '당심 1위'를 기반으로 3·8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했다. 그러나 당내 친윤 의원들 불출마 압박 속에서 '초선 의원 연판장', '대통령실 갈등' 등 일련의 사태에 결국 출마를 접었다.


이후 '나경원 동정론' 속 김 후보 상승세가 멈추고, 안철수 후보가 역전하는 형국이 됐다. 나 전 대표가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다시 전당대회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TK(대구·경북) 한 초선 의원은 "나경원 전 의원이 가지고 있던 전통 보수표심이 결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친윤 집단이 나 전 의원을 압박해 지지선언을 받아낸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며 "거부감을 느끼는 당원들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친윤계 의원들은 이날 일제히 '김기현-나경원' 회동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장제원 의원 이날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이 이렇게 만나서 대화를 하고 인식을 공유하고 자문하는 모습들이 국민들과 당원들께 굉장히 안정감을 주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박수영 의원은 "당이 화합하고 좋은 방향으로 가는 건 정말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두 분이 대화를 잘하신 것 같고, 좋은 결말이 나고 있는 것같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이준석계인 천하람 당대표 후보는 두 사람 만남에 대해 "너무 올드하다"고 혹평했다. 그는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것 같다"며 "나경원 전 의원이 압박받아서 움직였다고 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정치인들이 움직인다고 해서 유권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명분 있게 움직여야 따라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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