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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IPO 번복’ 이제 그만 [기자수첩-유통]


입력 2023.02.16 07:02 수정 2023.02.16 07:02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컬리 이어 오아시스도 상장 철회…SSG닷컴·11번가 행보 관심

일각선 "잦은 번복 행위, 신뢰도·투자심리 악화 부추기는 꼴" 지적

오아시스 본사 전경.ⓒ오아시스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 타이틀을 노렸던 컬리에 이어 오아시스까지 결국 기업공개(IPO)를 완주하지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PO 시장에 한파가 이어지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컬리는 2021년 10월 NH·한국투자증권과 JP모건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며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3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해 그해 8월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후 막대한 적자와 복잡한 지분 구조, 대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IPO 시장 한파 등이 맞물리면서 상장 철회설까지 나왔지만 당시 컬리는 “기한 내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상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올 초 상장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오아시스도 새벽배송 업계 유일한 흑자 기업으로 IPO 시장에서 올해 첫 1조원대 대어로 기대를 모았다. 기자간담회도 개최하며 IPO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7~8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오아시스의 희망 공모가는 3만500~3만9500원이지만 대다수 기관투자자들은 이보다 더 낮은 2만원대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자 결국 상장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오아시스 측은 “IPO 시장이 최근 대내외 경제 악화로 인해 위축돼 투자심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에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계 유일의 흑자 기업으로 지속 성장을 위한 재원을 이미 갖춘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상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컬리에 이어 오아시스까지 상장을 철회면서 SSG닷컴, 11번가 등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이커머스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과 11번가는 지난 2021년 10월과 작년 8월 각각 주관사를 선정하며 상장을 추진해왔으나 증시 악화에 현재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문제는 이커머스 기업의 잦은 IPO 번복 행위가 업계 전반적인 신뢰도를 갉아먹는 등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의 내외부 사정과 시장 상황에 따라 일정이 바뀔 수 있지만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IPO 시장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세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의 악재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및 국내 증시에 찬바람이 계속 불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내에서도 증시 침체로 기업들의 IPO가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시장 상황을 이유로 손바닥 뒤집듯 상장 계획을 번복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의 신뢰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뿐이다.


엔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시장이 이커머스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있는 만큼 내실을 탄탄히 다지다 보면 분명 상장 적기를 맞이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머지않아 국내 이커머스 상장 1호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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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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