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 김흥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역임하며 '사법농단 특별조사단'서 활동
재판관 후보 하명호도 '우리법연구회' 출신…김인겸은 김명수 측근
현재 헌법재판관 9명 중 4명만 보수…김명수, 후임 두 자리 모두 진보로 채우면 과반 이상 진보
김명수 대법원장은 곧 퇴임하는 이선애·이석태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이르면 6일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교체되는 헌법재판관 2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헌법재판관 후보 8명을 발표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후임 헌법재판관 두 자리에 모두 진보 성향이 들어오면 재판관 9명 중 6명을 진보 성향이 차지하면서 위헌 결정 등을 위한 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김명수 대법원장은 후보 가운데 진보 성향인 김흥준(사법연수원 17기) 부산고등법원장을 지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5일 전해졌다. 김흥준 법원장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으로, 김 대법원장 취임 직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을 지내면서 ‘사법 농단 특별 조사단’에서 활동했다.
헌법재판관 후보 중에 판사 출신인 하명호(사법연수원 22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함께 후보에 오른 김인겸(사법연수원 18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은 아니지만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내며 대법원장 측근으로 불렸다. 그는 김 대법원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제출한 사표 수리를 미루고 국회에 거짓 해명을 한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의 방문 조사를 받기도 했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 5명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오는 4월 퇴임하는 이석태 재판관은 민변 회장 출신이고, 유남석 소장 등은 우리법이나 인권법 출신이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선애 재판관은 보수 성향으로 꼽힌다.
이번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선애·이석태 재판관 후임에 진보 성향 2명을 지명한다면 헌법재판관 구성이 ‘진보 5 대 중도·보수 4′에서 ‘6대3′으로 바뀔 수 있다. 헌재가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 탄핵 결정, 정당 해산 결정 등을 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의 주요 보직을 우리법·인권법 출신 등 자신의 측근들로 채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2월에는 송승용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이 2020년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을 통해 대법관 후보 추천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송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현재 진행 중인 이석태·이선애 헌법재판관의 후임 선정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지명권을 행사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