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근 "노영민·임종석·이인영 용단" 촉구
임혁백 "文정부 인사, 어느 정도 책임감 느껴야"
친명단체 "비명 일부 현역 공천 잣대 엄정해야"
친명 이수진(비례)은 윤영찬 '지역구 사냥' 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복귀한 뒤 친명(친이재명)계가 친문(친문재인)계를 포함한 비명(비이재명)계 핍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당화를 비판하며 이낙연 전 대표,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 등 반(反)명 성향 인사들이 당을 떠났지만, 연쇄탈당 이후 '잔류 친문 등 비명'을 향한 밀어내기가 여전히 이어지는 중이다. 친명계 비례대표 의원이 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지는 '지역구 사냥' 또한 이어지고 있다.
22대 총선이 8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민주당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하는 양상이다. 흉기 피습 여파로 자택에서 회복 치료를 받아오던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당무에 복귀했는데, 이 대표의 복귀와 맞물려 친명계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 두드러진 '친문 핍박'의 경우 임종석·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타깃으로 한 '실명 저격'에서 촉발됐다. 친명계에선 친문 인사들의 총선 출마는 '윤석열 대 문재인'이란 구도 전개로 현 정부 심판론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세우고 있다.
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지난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이셨던 임종석·노영민 두 분이 출마하면 국민이 검사독재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아니라 전 정부와 현 정부의 대결처럼 볼 수 있다"며 "이번 총선 목표가 개인의 권력 유지가 아니라 당의 총선 승리라고 생각한다면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적어 논란의 신호탄을 쐈다. 이와 함께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인영 의원을 향해서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적 소명이 더 남았다 생각한다면 험지 출마의 결단이라도 보여달라"라고 했다.
이와 관련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정부 인사가 민주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런 동지들을 일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공관위에서 생각지 않고 있다"면서도 "문재인정부 하에서 지금의 검찰 정권의 탄생에 본의 아니게 기여한 분들이 있다면, 우리가 조치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책임감은 느껴야 하지 않겠느냐는 사견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강성 친명계 조직들도 연일 '친문 몰이' '비명 몰이'에 가세하고 있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최근 3선 김민기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고리로 이들을 향한 압박 수위를 연일 고조시키는 중이다.
혁신회의는 논평에서 "22대 총선은 김민기 의원의 규정대로 검사독재정권을 국민이 제압하고 무너진 국격을 국민이 바로 세우고, 무능한 정권을 국민이 심판하는 선거"라면서 "이 구도를 해칠 수 있는 전 정부 인사들의 출마는 총선의 구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장관급 이상을 역임했던 중진급 인사들의 재출마를 당내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이유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친명 원외조직 민주당혁신행동도 논평에서 친문 인사와 비명 일부 현역 의원을 겨냥, 공천 과정에서 당이 엄정한 잣대를 적용할 것을 주장했다. 혁신행동은 "기동민 의원은 고가의 양복을 받은 것을 스스로 인정한 '비위'를 저질렀음에도 제재 없이 적격 판정을 받았다. 또 다른 사례로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윤건영 의원은 국회의원실에 '허위 인턴'을 등록한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구형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음주, 사기 전과에 지방의원 '공천 장사' 의혹이 보도된 송갑석 의원의 경우는 어떠한가. 모두 아무런 제재 없이 적격 심사를 받았다"며 공세를 펼쳤다. 혁신행동은 또 "당내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며 국민의 신뢰를 깎아먹은 윤영찬 의원의 해당행위에 대해 당 차원의 엄격한 조사와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고도 했다.
윤영찬 의원은 신당 '미래대연합'을 만든 당내 혁신계 출신 의원들과 '원칙과상식' 모임에서 활동하며 이재명 대표를 향한 비판을 해왔다. 윤 의원은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들과 함께 당을 탈당하려다 막판 잔류로 선회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바 있다.
일련의 상황들과 관련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일괄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로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정부 전체를 겨냥해서 대립시키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여의도 문법으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세력들이 있다면, 이른바 친문으로 불리는 경험이 있고 준비된 많은 사람들이 또 있기 때문에 마땅히 힘을 합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수진(비례대표) 의원은 출마 준비를 해왔던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하루 만에 경기 성남중원 지역구로 총선 출마지를 변경했다. 성남중원은 윤영찬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남시 중원구의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 이재명 대표의 심장을 뺏길 수는 없다는 절박함으로 호소드린다"며 "성남중원의 민주당 후보는 민주당의 정신을 오롯이 가지고 있는 후보여야 한다"고 했다.
또 "지금 성남중원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후보는 민주당의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라며 "민주당에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면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명 비례대표 의원과 친명 원외 인사의 '비명 지역구 사냥'은 성남중원 뿐이 아니다.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비명계로 분류되는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를 선언해 지도부 경고 조치를 받았지만, 정작 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 문턱을 넘었다. 김의겸 의원은 비명계 신영대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군산에, 양이원영 의원은 비명 양기대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을 출마 지역으로 택했다. 정봉주 전 의원도 최근 비명 박용진 의원의 지역구 서울 강북을 출마를 공식화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