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지난달 28일 주민들이 화학제품업체 상대로 낸 손배소서 원고일부승소 판결 확정
주민들, 불산 누출 사고로 두통·호흡기 질환 앓았다며 회사 상대 소송 제기
1심 법원, 1인당 위자료 500만원 지급 판결…2심서는 700만원으로 늘어
대법 "공장서 누출된 불산, 공기 중으로 확산했다가 낙하…원고에 피해 줬다고 볼 개연성"
환경오염피해구제법에 따른 기업 등의 배상 책임을 가릴 때 유해 물질로 인한 피해 발생의 개연성만 증명하면 충분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황모 씨 등 19명이 반도체용 화학제품 제조업체인 램테크놀러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황 씨 등은 램테크놀러지가 운영하는 충남 금산의 공장에서 지난 2016년 6월 4일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로 두통과 호흡기 질환 등을 앓았다며 2017년 2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환경오염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 사건에서 기존 판례는 유해 물질이 배출돼 피해자에게 도달했고, 실제 피해가 발생했음이 각각 증명돼야 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1월 시행된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시설이 환경오염 피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그 시설로 인해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주민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회사가 1인당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법원은 위자료 액수를 700만원으로 늘렸다.
대법원 역시 "이 사건 공장에서 누출된 불산은 기체 상태로 공기 중으로 확산했다가 지표면으로 낙하해 원고 등에게 피해를 줬다고 볼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며 "달리 이 사건 사고와 원고 등에게 발생한 피해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사정은 없다"고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아울러 "환경오염 피해에 대해 시설 사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경우 피해자가 여러 간접사실을 통해 시설의 설치·운영과 관련해 배출된 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그 시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피해를 뒷받침할 간접사실로는 시설의 가동과정과 설비, 투입·배출된 물질의 종류와 농도, 기상 조건, 피해 일시·장소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