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이 처한 참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영상이 공개됐다.
29일 일본 TBS는 탈북자 김 모씨가 지난해 4월 황해남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홀로 거리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김 씨는 "근처 가게 주인에게 남자가 죽은 거냐고 물었는데, 전날 오후부터 쓰러져 있어 만져봤는데 아직 죽지는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굶주려서 쓰러진 것 같은데, 곧 죽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영상에서는 담배를 피우며 구걸하는 남성이 등장했다. 김 씨가 "당신네 작업반에도 굶주린 사람이 많냐"고 묻자 구걸하던 남성은 "엄청나게 많다. 어쩔 수 없이 일하러 나가는 사람도 많은데 죽을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해 5월 목선을 타고 한국으로 온 김 씨는 탈북 직전 기아에 허덕이는 주민들을 촬영했다.
김 씨는 탈북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북한에서는 집을 한 발자국만 나가면 모든 것을 100% 의심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밝혔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고 있다가도 누군가가 호루라기를 불면서 신체검사를 하는데, '왜 청바지를 입고 있나' '왜 노동시간에 돌아다니느냐' 등 무엇이든 트집 잡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어업에 종사했던 김 씨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갈 때마다 연평도가 눈앞에 보이면 나 혼자라도 탈북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면서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있는 고통을 안고 싶지 않았다. 온 가족을 데리고 갈 방법을 반년 내내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 이후 북한 정부는 주민 통제와 착취를 더욱 심하게 했다고 한다.
어느 날은 김 씨의 집에 갑자기 단속반이 찾아와 비축해 둔 쌀을 가져갔다고. 김 씨가 "우리 돈으로 산 식량이니 가져가지 말라"고 항의하자 단속반은 "이 땅이 네 땅이냐? 네가 마시는 이 공기도 모두 노동당의 것"이라고 우겨 말문이 막혔다고 했다. 김 씨는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이곳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도망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김 씨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두고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1990년대 대기근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힘들었다"며 "그때는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서는 굶어 죽지 않았는데, 코로나 기간에는 매일같이 동네에서 '누구 아버지가 죽었다. 누구 자식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했다.
식량 부족 사태로 인해 강력 범죄도 늘었다. 김 씨는 "살인이나 강도가 일상다반사였다. 공개처형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처형을 봤냐는 진행자 질문에 "봤다. 2023년 4월 중순이었다. 대학생이 중년 여성을 죽이고 480만원을 훔쳐 달아나 처형됐다"고 떠올렸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 22일 발간한 '2023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시행했던 국경 봉쇄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 고문, 즉결 처형 등 비인도적 행위가 만연하고 있으며 개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에서는 구타와 전기고문, 물고문, 알몸 노출, 똑바로 서거나 누울 수 없는 작은 감방에서의 감금, 매달아 놓기 등 고문이 자행되며, 수용소 간수들의 물리적 폭력 및 여성 수용자에 대한 성폭행이 만연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