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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의사 수입? 선결조건 까다로워…일본·대만·스페인·체코·헝가리·폴란드·필리핀 가능


입력 2024.05.10 04:27 수정 2024.05.10 06:47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외국에서 일할 때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소득 거둘 수 있어야

해당 국가 의료인프라 및 우리나라와의 외교적 관계도 고려 대상

실질적으로 '외국 의사 면허 가진 한국인' 찾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

"외국 나가서 의사하는 한국인이면 대부분 선진국에서 할텐데 한국 들어오려고 하겠나?"

한국에서 연수받는 헝가리 의대 졸업자들을 위한 한국 대표 사무소ⓒ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지 3개월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들의 이탈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정부가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의 국내 의료행위 허가'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중국 의사들이 대규모로 들어온다'거나 '수준 낮은 제3세계 개발도상국 의사들이 곧 온다'는 등의 섣부른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외국 의사의 국내 의료행위 허가에 앞서 선결돼야 할 여러 조건들을 따져보면,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로 넘어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들의 출신 국가는 상당히 제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9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달 20일까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전날 밝혔다. 개정안은 보건의료 위기경보가 지금의 의료 공백 사태에서처럼 '심각' 단계에 올랐을 경우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도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 지원 업무를 할 수 있게 했다.


복지부는 개정 이유를 두고 "보건의료 재난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 부족에 따른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외국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가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가 곧바로 "한국 의료는 외국에서도 배우러 오는데, 날고 기는 한국 의사들 놔두고 이제는 저질 의료인을 데리고 오려 한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날 선 비판을 쏟아냈지만 정부는 이를 강행하겠다는 태세다.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갈등과는 별개로, 실제로 외국 의사가 우리나라에 와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하려면 극복해야 할 조건들이 상당히 많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정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파견된 군의관이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중증·응급환자 중심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군의관, 공보의 등의 추가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는 외국 의과대학 졸업자에 대해 우리나라 의사국가고시 예비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총 38개국 159개 의대가 이에 해당한다. 해당 의대들은 국내 의대들과 비교했을 때, 수준이 더 높거나 최소한 비슷하다고 인정받았다는 뜻이고 외국 의사가 온게 된다면 이들 국가에서 올 가능성이 높다.


인정받은 의대가 많은 국가 순으로 미국(26개), 필리핀(18개), 독일(15개), 일본(15개), 영국(14개), 러시아(11개), 호주(6개), 아르헨티나(4개), 헝가리(4개), 남아프리카공화국(4개), 대만(4개), 프랑스(3개), 폴란드(3개), 뉴질랜드(2개), 아일랜드(2개), 파라과이(2개), 카자흐스탄(2개), 캐나다(2개), 키르기스스탄(1개), 그레나다(1개), 니카라과(1개), 네덜란드(1개), 노르웨이(1개), 도미니카(1개), 몽골(1개), 르완다(1개), 미얀마(1개), 볼리비아(1개), 벨라루스(1개), 브라질(1개), 스위스(1개), 스페인(1개), 에디오피아(1개), 오스트리아(1개), 우크라이나(1개), 이탈리아(1개), 체코(1개)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국가 출신


우리나라에서 외국 의사의 의료행위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의 의료행위가 본국에서보다 경제적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외국 의사가 우리나라에 올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각 나라마다 의료비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세밀한 비교는 어렵지만 위 국가들 중에서 우리나라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낮은, 즉 해당 국가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국가는 다음과 같았다.(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한민국의 1인당 GDP는 3만2409달러로 세계 29위이다.)


위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 보다 1인당 GDP가 비슷하거나 낮은 순위에 있는 국가는 일본(27위), 대만(28위), 스페인(35위), 체코(37위), 헝가리(47위), 폴란드(49위), 러시아(54위), 카자흐스탄(62위), 브라질(68위), 도미니카(70위), 벨라루스(71위), 남아프리카공화국(80위), 파라과이(86위), 몽골(93위), 우크라이나(96위), 볼리비아(106위), 필리핀(107위), 니카라과(116위) 등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보다 GDP 순위에서 상위에 있는 미국, 독일, 영국, 호주, 스위스, 네덜란드, 캐나다,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프랑스, 이탈리아 의사들은 우리나라에서 허가를 해준다 해도 넘어올 가능성이 작은 것이다.


◇우리나라와 외교적으로 우호적인 국가 출신


우리나라와 외교적 관계도 따져봐야 한다. 의사는 어느 국가에서나 중요한 인적자원이기 때문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에 일하러 간다는 것을 쉽게 보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GDP 순위가 낮은 국가 중 현재 우리나라와 외교적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는 러시아, 벨라루스, 니카라과 등이 있다. 러시아 및 벨라루스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와 외교적 긴장상태에 놓여 있고, 니카라과는 북한-러시아와 밀착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다.


◇사회가 안정돼있고 의료 인프라가 충분한 국가 출신


또한 해당 국가가 사회적으로 안정돼있어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의료 인프라가 충분해야 한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라면 다른 나라로의 의료인력 유출을 엄격히 통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조건에서 대부분의 아프리카권과 남미권 국가들이 제외된다. 또 유럽과 아시아라고 하더라도 몽골과 카자흐스탄은 의료인프라가 열악한 국가이며, 우크라이나는 전쟁중인 상황이라 제외될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들을 모두 따져봤을 때 남는 국가들은 일본, 대만, 스페인, 체코, 헝가리, 폴란드, 필리핀 정도이다. 당초 39개국에서 7개로 압축되는 결과다.


사실상 '외국의사 수입'이 아닐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존의 전공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인만큼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이런 저런 조건을 다 감안하면 '외국인 의사 수입'이 아닌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한국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는 외국 나가서 의사하는 한국인이면 거의 선진국에서 하고 있을텐데 그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돌아오려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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