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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드리운 '나치'…여야 품격상실, "최악 의회정치의 표상"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8.07 07:00 수정 2024.08.07 07:00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민주당 "尹정권·여당 행태를 보라"

국민의힘 "그런 말할 자격이 있나"

"정치가 국가미래 발목 잡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다. ⓒ뉴시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여야는 서로를 향한 공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야당은 정부·여당을 윤석열 검찰독재정권과 그에 부역하는 인사들로 규정했고, 여당은 야당이 수시로 특검법과 막말을 가한다며 비난하더니 결국 서로 '나치'라고까지 낙인 찍고 있다. 최소한의 품격마저 상실한 최악의 의회정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를 향해 '나치'라며 원색적 비난을 가하고 있다. 나치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 아돌프 히틀러가 이끈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의 멸칭이다. 20세기 초반 유대인과 민간인 등 수많은 인종을 조직적으로 대학살(홀로코스트)한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악명 높다.


정치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치인이 나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자체가 내편 아닌 남의 편 국민을 '중우정치'(衆愚政治)로 보고 무시하겠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며 "국민이 히틀러 같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했다는 것이냐. 결국 누워서 침 뱉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최근 정치권은 각 사안마다 파열음을 내며 헐뜯기에 혈안인 모양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훼손(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재명 전 대표 등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 다수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을 두고 "불법 정치사찰"로 규정한 뒤 "게슈타포(독일 나치의 비밀경찰)나 할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통신 자료 조회에 대해 '불법 사찰은 게슈타포나 할 짓'이라고 말했던 당사자"라며 "그 말대로라면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게슈타포가 판치는 나치 정권"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에 민주당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됐다는 게 박 직무대행 주장의 배경이라는 해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박찬대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또 박 직무대행은 지난 1일 의원총회에선 "나치 전범과 나치 부역자들을 끝까지 쫓아가 처벌한 것처럼 독재자와 독재에 부역하는 자들에게도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은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야당발(發)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날이다. 이에 따라 '나치 전범'은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 '부역자'는 윤 대통령이 임명한 내각 인사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야당은 탄핵소추 사유로 △임명 당일 대통령이 임명한 상임위원 2명만으로 공영방송 임원 선임 안건을 의결한 데 대한 방통위설치법 위반 △기피신청 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데도 회의를 소집해 기피신청을 기각한 방통위법 위반 등을 들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방통위원장의 탄핵안에 대한 심판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정권을 탈환한 국민의힘도 거대 의석으로 국회 입법권을 좌우하는 민주당을 향해 '나치'라고 비판하긴 마찬가지다. 여야 불문 상대방을 바라보는 '독재'라는 공통된 인식에서 비롯된 이구동성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15일 윤 대통령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채해병 특검법'이 국회 재의결에 실패해 법안이 폐기될 경우를 대비해 민주당이 '상설특검법'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나치식 일당 독재"라고 강력 반발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달 17일 제헌절 경축식 행사 준비가 한창인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의회독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과거 독일을 패망의 길로 몰고 간 나치식 일당 독재와 같다"며 "(민주당은) 매일 이런 식으로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꼼수 연구에만 혈안이 된 집단 같다"고 힐난했다.


선진국으로 일컫는 대한민국에서 '나치'라는 단어가 정치권 내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 여야 관계자들은 한 치의 물러남이 없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윤석열 검찰정권이 취임부터 지금까지 쭉 파시즘, 독재 정권으로 치달으니 그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게 '나치'"라며 "정권의 지금 행태를 보면 나치에 빗댈만 하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민주당이 정부와 우리 당에 독재, 파시즘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은 전혀 새롭지 않은 주장"이라며 "막말이 난무하고 본회의장에서 욕설이나 하며, 입법 폭주를 일 삼는 민주당이 과연 우리에게 '나치'라고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에 정치권에서는 우리 정치를 향해 품격상실에 더해 최악의 의회정치의 표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2대 국회는 이미 품격을 상실한 최악 중의 최악의 의회정치로 타락했다"며 "대통령·여당·야당 모두 비전 없는 현실에 오히려 국가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는 실종됐고 민생은 도탄에 빠진 암담한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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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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