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에서 만난 상사로부터 극심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세상을 떠난 스물다섯 청년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22일 故 전영진 씨 유족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 9일 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심의한 결과 산업재해로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앞서 1심과 2심 법원은 직장상사 A씨(41)의 형사재판에서 "A씨의 범행이 피해자(전 씨)의 사망에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 내지 '직장 내 갑질'의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이러한 법원 판단도 산재 인정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 씨는 2021년 8월 직원이 5명도 채 되지 않는 강원 속초시 한 자동차 부품 회사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만난 직장상사 A씨로부터 극심한 괴롭힘을 당한 전 씨는 지난해 5월 23일 생을 마감했다.
어느 날 갑자기 유서 한 장 없이 떠난 동생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 형이 '혹시 남겨놓은 음성메시지라도 있을까' 열어본 휴대전화에는 전 씨가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녹음돼 있었다.
A씨는 "내일 아침부터 함 맞아보자. 이 거지 같은 ○○아" "죄송하면 다야 이 ○○○아" "맨날 맞고 시작할래 아침부터?" "개념이 없어도 정도껏 없어야지" "내일 아침에 오자마자 빠따 열두 대야"라는 등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
사망 닷새 전에도 전 씨는 A씨로부터 "너 지금 내가 ○○ 열 받는 거 지금 겨우겨우 꾹꾹 참고 있는데 진짜 눈 돌아가면 다, 니네 애미애비고 다 쫓아가 죽일 거야. 내일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 이 ○○○아, 알았어?"라는 막말을 들어야 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3~5월 전 씨에게 전화로 86회에 걸쳐 폭언을 일삼거나 16회 협박하고 네 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전 씨 유족 측은 형사 사건 외에도 A씨와 회사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회사 대표 측은 "해당 사건은 A씨와 고인 사이에서 일어난 일로, 회사에서는 이를 알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지속적인 괴롭힘과 협박으로 벼랑 끝까지 몰린 동생이 죽었는데, 회사는 아직도 잘못한 게 없다는 듯이 책임을 동생에게 돌리고 있다"며 "그릇된 행동으로 발생한 일임을 꼭 인지하고, 동생 사건이 본보기가 되어 법이 더 강화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