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개발 게임들 약진 '주목'
생성형 AI·엔진 고도화로
기술 장벽↓ 창작 범위↑
참신한 IP에 대기업도 눈독
1인 개발자가 제작한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카드 게임 '발라트로'는 최근 게임계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더 게임 어워드에서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최고의 인디 게임, 최고의 인디 게임 데뷔, 최고의 모바일 게임에 선정됐다.
발라트로는 포커와 덱 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을 결합한 게임이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스팀 리뷰 9만8519개 중 97%가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출시 직후 8시간 만에 100만 달러(한화 약 14억5000만원), 10일 만에 50만장, 6개월 만에 200만장이 팔리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 게임은 '로컬썽크'라는 닉네임을 활용하는 1인 개발자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 후 일반적인 개발 업무를 맡다가 2021년 겨울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으며, 이것이 현재의 발라트로가 됐다.
올해 PC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킨 중세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매너 로드'도 폴란드 출신 영상 편집 프리랜서가 홀로 개발한 작품이다. 그래픽 엔진 기술을 독학한 후 7년에 걸쳐 이 게임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매너 로드는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형태로 출시된 후 주간 집계에서 출시 이틀 만에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했다.
이외에도 10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협동 공포 생존 게임 '리썰컴퍼니', 스팀에서만 100만장 이상 판매된 생존 생활 시뮬레이션 PC게임 '딩컴' 등도 모두 1인 개발한 작품들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가 탄생할 수 있는 배경으로 생성형 AI(인공지능)의 진화와 엔진의 성능 고도화, 교육 콘텐츠의 다양화 등을 꼽는다. 언리얼 엔진은 다양한 장르 게임의 예제를 제공하고 있고, 유니티 엔진은 플러그인을 통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응용 에셋 등이 다수 수록돼 있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허들로 꼽혔던 그래픽·시나리오 등 기획 분야의 어려움도 생성형 AI(인공지능)의 진화로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콘셉트 디자인 등 창작 측면에서 생성형 그림 툴은 엔트리 레벨의 아티스트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 툴도 잘 돼 있고 외주 맡기는 것들이 자연스러워졌다. 게임업계 취업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시장에 능력있는 개발자들이 홀몸으로 나와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홀로 자기가 만들고 싶었던 것들을 자유로이 만들다보니 참신한 작품들이 나오는 것 같고, 이용자들도 신선한 게임에 크게 호응해주는 것 같다. 게임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투자 사례도 늘고 있다. 1인 개발한 작품의 퍼블리싱을 맡는다거나, IP(지식재산권) 활용작을 공동 개발하는 식이다.
크래프톤은 딩컴 개발자인 제임스 벤든과 협업해 '딩컴 모바일'을 제작하고 있다. 네오위즈도 김진호 지노게임즈 대표가 홀로 개발하던 '안녕서울: 이태원편'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컴투스플랫폼은 GBaaS(Game Backend as a Service, 게임 백엔드 서비스) 플랫폼 '하이브 플랫폼'을 앞세워 새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1인 개발자들이 제작한 참신한 게임들이 많아져 업계에 신선한 메기 효과를 불러오면서 기존의 게임 창작 프로세스를 뒤흔들고 있다"며 "게임 엔진의 성능이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응용 에셋들도 상당히 많아져서 게임 테크 프로그래밍 사이드에서 역량이 있는 개발자 외에도 개발 의지가 강하거나 비전공자들도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