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수사 본격화에 조기 대선 향하는 눈
'친윤 색채' 김문수·홍준표, 尹 지지층에 어필
오세훈, '합리적 보수' 내세우며 선명성 확보
안철수, '이재명 때리기'로 정통 보수에 구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정치권의 눈이 자연스레 조기 대선을 향하고 있다. 여권 대선주자들도 조심스럽게 몸풀기에 들어갔는데, 정국에 대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면서 지지층을 다지는 모양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업체 4사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28%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꼽았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3%, 홍준표 대구시장 8%, 오세훈 서울시장 6%,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엉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① 윤 대통령과 거리 좁히는 김문수·홍준표
최근 이들 모두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대중에 존재감을 피력하고 있다. 현재 가장 적극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인물은 바로 해당 조사에서 1·2위를 차지한 김문수 장관과 홍준표 시장이다. 이들은 '친윤' 색채를 서슴없이 드러내며 강성 지지층에 구애하고 있다.
우선 김 장관은 지난해 12월 11일 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회 긴급 현안질문 당시, 비상계엄 사태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국무위원 사과를 요구받았으나,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일어나지 않고 사과를 거부했다.
홍 시장은 SNS를 적극 활용하며 윤 대통령을 감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홍 시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에 대해 여러 차례 글을 올리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홍 시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젯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해방 이후 다섯 번째로 구치소로 간 대통령 생각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아마 윤 대통령도 좌파들의 집단적 광기의 희생자라고 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갈 때 가더라도 일국의 대통령답게 당당하고 담대하게 대처하시라"며 "업보라고 생각하시고 대승적으로 대처하시라"고 당부했다.
② 윤 대통령과 거리 두는 오세훈
이와 달리 오세훈 시장은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강성 주장에 다소 거리를 두고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실제 오 시장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반대하며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했으나, 이후 탄핵 찬성으로 선회하고 내란죄 수사를 촉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오 시장은 지난 19일 새벽 강성 지지층이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일이 발생하자 당일 페이스북에 "법원에서 벌어진 집단 폭력 행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국민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법치 파괴 행위이며, 법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 진영의 '판사 좌표 찍기'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듯, 법원을 향한 '거리의 폭력' 또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폭력 앞에 법이 무너진다면, 그것이 곧 대한민국 최대 위기"라며 "어떤 경우든 자신들의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하는 일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보다 합리적 보수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중도층까지 흡수하겠다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③ 잠행하는 한동훈
사퇴 전까지 각종 여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던 한동훈 전 대표는 최근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 전 대표는 메시지 자체를 자제한 채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최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안 참사와 관련한 메시지만 남겼을 뿐 정치 현안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전 대표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최근 한 방송에서 한 전 대표의 근황을 전하면서 "한 전 대표는 당 대표에서 쫓겨난 것"이라며 "잠시 뒤로 물러나 있을 뿐 정치를 그만둔 것이 아니고, 어떤 식으로든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④ '이재명 때리기' 집중하는 안철수
여권의 대권 주자를 꼽자면 안철수 의원도 빠질 수 없다. 대표적 '비윤계'인 안철수 의원은 최근 부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때리기에 집중하며 전통적 보수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안 의원은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는 이 대표의 시간이다. 이 대표가 헌법 수호의 숭고한 의무가 있는 대통령을 꿈꾼다면 재판지연 등 더 이상 법치주의를 농락하면 안 된다"며 "사법부는 법치주의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2심 재판을 2월 15일에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간 안 의원의 메시지가 윤 대통령 비판과 당 정상화로 향하던 것과는 다소 대조적인 모습이다.
안 의원은 또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것은 내 정치의 마지막은 국민의힘이다. 절대 탈당 같은 것은 없다"며 보수 정체성을 확실히 하기도 했다.
이러한 안 의원의 행보는 '약한 당내 지지'라는 최대 약점을 극복해 대권 가도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