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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료 막걸리’ 인정, 세법 개정 철회…막걸리 업계, 온도차 극명


입력 2025.02.07 07:19 수정 2025.02.07 07:19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재부 2025 세법개정안 재수정

제조사 “시장 개척 어려워져, 울상”

전통주 업계 “옳은 결정 환영”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막걸리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막걸리 업계를 중심으로 술렁이고 있다. 향료·색소 등이 첨가된 막걸리를 탁주로 인정하려고 했던 정부의 ‘주세법령’ 개정 시도가 여론에 부딪혀 철회되면서다. 업계를 중심으로 ‘규제 완화’와 ‘전통주 훼손’ 이라는 두 가지 의견을 놓고 분위기가 극명하게 나뉘는 양상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2024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지난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세법에서 위임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소득세법 시행령 등 21개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주세법 시행령 및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다. 기재부가 지난 7월 발표한 ‘2024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막걸리에 향료와 색소를 첨가해도 막걸리로 인정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막걸리 제조사들은 이번 개정안을 두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 하는 분위기다. 향 막걸리의 세 부담이 대폭 줄어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친 데다, 내수량이 감소한 막걸리 인기의 회복을 위해 바나나, 알밤 등을 첨가한 다양한 향 막걸리 출시가 어려워지면서다.


막걸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열풍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수요층을 중심으로 하이볼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주류 트렌드가 변하고,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 논란으로 타격을 입으며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막걸리 제조사들은 내수 시장 활성화를 배경으로 알코올 도수를 낮추거나 포장을 리뉴얼하는 등 체질 개선에 공을 들이면서 ‘아재 술’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MZ세대 이목을 끌기 위한 다양한 협업 제품과 이색적인 맛 만들기가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 업계에서 새로운 수요를 일으키고, 막걸리의 인기를 지속 견인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막걸리를 만드는데 집중해 왔다”며 “일반 막걸리와 비교해 협업 막걸리나 트렌디한 맛을 입혀 출시한 막걸리의 경우 판매량과 속도에서 차이가 엄청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한 상점에 빈 막걸리통이 걸려 있다.ⓒ뉴시스

하지만 이번 개정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내수 시장 침체의 지속과 해외 시장 공략에 일부 제동이 걸릴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 해외 시장은 과일 소주 인기가 높은 상황인데, 막걸리 역시 다양한 맛을 통해 친숙하게 다가설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현재 K푸드는 내수 한계를 뛰어넘고 해외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오징어게임, 기생충과 같은 한국 드라마 및 영화를 통해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파생된 효과다. 특히 다양한 맛과 활발한 현지 마케팅이 시너지를 내면서 막걸리의 호기심도 높아졌다.


관계자는 “외국인은 우리나라 전통 막걸리를 바로 접하기에는 익숙하지 않아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이 익숙한 향을 첨가한 막걸리는 부담없이 즐길수 있고, 이러한 경험이 쌓여 전통 막걸리 까지 즐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쉬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막걸리 업계에서 새로운 수요를 일으키고, 막걸리 인기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MZ세대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며 “특히 젊은 층 및 해외 소비자 입맛에 맞춘 새로운 맛 개발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데, 세금으로 인해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반면 기재부의 이 같은 결정에 전통주 업계는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 전통주 업계는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줄어든 세금 혜택이 유사 막걸리 수십 종을 생산하는 몇몇 대형 막걸리 제조업체에 한정되는 데다, 전통주 시장이 오히려 붕괴될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향료와 색소를 넣어도 막걸리로 인정되면 그동안 성실하게 과일·허브 등을 넣어 개성 있는 막걸리를 만들어온 대부분의 전통주 양조장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차별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좋은 재료를 구매하려면 가격 경쟁에서도 밀리게 된다.


막걸리향료색소첨가반대위원회(막첨위)에 참여한 이승훈 백곰막걸리&양조장 대표는 “가뜩이나 아스파탐 등의 이슈로 기존의 감미료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이 기피하고 있는데, 직관적으로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 인공 색소와 향미료 까지 넣게 되면 막걸리의 가치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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